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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시집 발표한 김태완 시인 "쉽게 읽히는 공감의 시 쓰고 싶어"

'아무 눈물이나 틀어줘' 21년 차 내공 위로의 정공법 담아
지역주민과 대화에서 시 주제 찾아, 스마트폰 메모는 습관
'신탄진에 너라는 나무가 산다' 고향에 대한 시 1월께 공개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0-12-27 16:11

신문게재 2020-12-28 7면

김태완
문학을 좋아했던 신탄진의 한 소년은 훗날 꿈을 이룬다. 동경하던 시인들은 어떤 눈빛을 가졌을까, 어떻게 하면 수십 년을 읽히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문청(文靑)의 시대를 지나 그는 어엿한 21년 차 시인이 됐다.

시인의 DNA는 가슴에 금융인의 DNA는 머리에 새겼다. 이질적인 두 삶 속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은 덕분이다. 그리고 네 번째 시집 '아무 눈물이나 틀어줘(북인)'를 세상에 내놓았다. 꿈을 이룬 소년은 대전북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이자 시인, 김태완 씨다.

시집 '아무 눈물이나 틀어줘'를 관통하는 콘셉트 혹은 메시지는 공감 속 위로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건 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 내 시를 읽고 한 줄이라도 기억해주면 충분할 쉽고 공감하는 시가 목표였다"고 소개했다.



시인은 시에 위로나 사랑 등 관용적인 단어는 넣지 않았다. 그럼에도 쉬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21년 차 내공의 시인이 의도한 쉬운 시의 정공법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은 제9회 정훈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던 '왼쪽사람' 이후 12년 만에 나왔다. 김 시인은 게을러서라고 쑥스러운 변명을 덧붙였지만, 그 속에는 공감의 시를 쓰기 위해 절차탁마했을 고뇌의 과정이 숨어 있다.

김태완 시인은 "1~2집은 시인이 됐다는 어린 마음에 도취 돼 1년에 한 번씩 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고 깨달았다. 조금 느리더라도 다듬어서 천천히 가자 하다 보니 이렇게 오랜만에 책을 내게 됐다"고 답했다.

시인의 보물창고는 스마트폰 메모장이다. 주르륵~ 올라가는 수백 개의 메모 칸에는 낮에 왔던 민원인, 가게를 닫겠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주는 동네 어른 등 은행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일하며 만난 지역주민들과의 순간이 곳곳에 담겨 있다.

시인은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는 것 그 자체가 사람 살아가는 일이기에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다만 내 만족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니까 겸손하게 메모를 보고 주제를 찾는다. 수많은 노트 중에 시가 되는 건 사실 극소수"라고 소개했다.

김태완 시인은 최근 난생 처음 고향에 대한 시를 썼다. '시와 함께' 잡지에 실릴 원고로 오십 평생 삶의 기반이 된 신탄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은 "조금 억지스럽지만, 신탄진 전체 지도를 보면 하트처럼 생겼다. 신탄진동, 석봉동, 목상동, 덕암동까지 읍 시절부터 신탄진이라 묶어 불렀는데 이 도시는 하트 모양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도시"라고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향을 몇 줄의 시로 담기에는 남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신탄진에 너라는 나무가 산다'는 제목으로 쓰인 이 시는 1~2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시인은 "신탄진에 김태완이라는 시인이 살았다, 이 정도만 회자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시인 ‘자연스럽게’처럼 쉽게 읽히고 기억될 수 있는 시인으로 남는다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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