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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확진자 다녀 갔어요"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1-01-28 10:56

신문게재 2021-0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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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용 원장.
작년 요맘때부터 방송을 타던 코로나19가 어느덧 1년이 넘어간다. 방송, 신문에서 또는 안전 안내 문자에서나 느끼던 코로나가 점점 다가오더니 작년 추석 땐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 2명 확진자가 발생했었다. 며칠 전에는 드디어 내 앞까지 뜬금없이 나타났다.

한 참 진료하던 금요일 오후 3시경, 갑자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지난주 토요일에 내원한 안양 사시는 환자분과 그분 따님이 오전에 코로나 확진 통보를 받아 병원 내에 있던 시간대의 동선 겹치는 모든 환자의 리스트와 CCTV영상 파일을 제출해야 하고 이제부터 한의원은 격리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본인 회사가 너무 바빠져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져서 한약을 복용을 원한다고 했던 아버지와 성인이 돼서 생긴 알레르기와 소화기 장애를 호소하던 딸, 체온 정상이었고 감기 증상도, 또 코로나 의심 증상이 전혀 없었던 두 사람.



보건소 전화를 받은 뒤 30~40분 정도 지났을까, 조사 직원 2명이 한의원에 방문했고 확진자 동선을 조사하며, CCTV영상 조회를 원했다.

영상엔 오랫동안 두 분이 원장실에서 상담했고, 침구 치료실에서 30분 정도 침 치료를 하고, 수납 테이블에서 직원들과 3분 정도 얘기를 하다가 나가는 모습이 모두 담겨있었다. 이 사이에 5명의 다른 환자분들이 대기실과 치료실에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있고.

다행히 다른 환자분들과의 직접 접촉은 없었고, 직원들은 마스크 낀 상태에서 몇 분간 대화를, 하지만 난 거의 1시간 정도를 상담했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 상태에서 진료했지만, 보건소 직원들은 분석관들이 영상을 분석해서 밀접 첩촉자일지 능동적 검사자일지 통보할 거라고 했다.

갑자기 많은 생각과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내가 밀접 접촉자면 일주일 동안 진료했던 모든 환자와 또 환자들 집에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확진자 방문 후 6일이 지나는 동안 나나 직원들 누구도 코로나 의심 증상 생긴 사람이 없었기에 코로나에 걸렸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바로 모두 태우고 선별 진료소로 갔다.

검사를 받은 뒤 나는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병원에 돌아가 방역팀이 오기를 기다리며 지난 토요일 동 시간대에 방문했던 다른 환자분들에게 전화했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니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 거니 놀라지 마시고 꼭 검사받아 보시라고 하며 본의 아니게 진짜 죄송하다고 했는데 대부분 답변이 오히려 나를 걱정하며 누가 걸려서 올지 알았겠느냐며 위로해 주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분은 몇 개월 전에 이미 밀접 접촉자로 검사받고 격리도 해 봤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퇴근을 한 뒤 집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한 다른 문제들이 생겼다.

첫째는 6일을 같이 지내 왔는데 검사를 하고 왔다고 갑자기 가족들과 다른 장소에서 격리해야 되는지와 두 번째는 두 아이의 학원이나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점인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결국,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진 내가 방에서 안 나오는 것으로 했고, 아이들 수업도 모두 빼는 거로 결정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 친구나 그 부모, 선생님들한테 아빠가 코로나 검사를 해서 수업 못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또 수십 명이 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꼴이 됐고, 밤 12시에도 결과가 어떤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결국, 다음날 9시 코로나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으며 모든 게 한바탕 헤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 날 밤은 나나 주위 사람들 모두 '잠을 잘 수 없는 날'이 됐다.

단지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나와 주변의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일상이 엉망이 되는 경험을 직접 해보니, 코로나 확진돼 투병 중이거나 격리 조치 된 많은 분이 더욱 안쓰럽고 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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