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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프]새해 덕담

현옥란 기자

현옥란 기자

  • 승인 2021-02-04 10:21
  • 수정 2021-02-04 10:28

신문게재 2021-02-05 10면

황영일
H형! 내 생애 일흔 여덟 번째 맞이하는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린 시절, 설날이 되면 부모님이 어려운 형편에도 새로 장만해주신 설빔으로 단장하고 또래들과 함께 동네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하곤 했지요. 절을 받은 어른이 건네 준 덕담은 대체로, " 새해 복 많이 받아라", " 건강하구…" " 소원성취하라" 등이었지요.

"외할머니, 시배돈 있어?"

세배하려고 일어 선 다섯 살배기 외손녀가 정색을 하며 앙칼진 뜻밖의 확인 질문을 하더니, "아~암, 준비해 두었지" 하는 다짐 대답을 들은 후, 세배를 했습니다. 3대를 남자 형제만으로 이어온 사돈네 가문에 태어난 유일한 손녀딸이므로 아마도 세배돈을 두둑하게 받았을 겝니다. 그러니 어른과의 새해 인사라는 세배 본래의 의미보다는 세뱃값을 받느냐 못 받느냐를 더 중시하는 어린 철부지 응석에 식구들이 한바탕 웃음판을 벌였답니다.



H형! 이처럼 받는 사람의 관심이 큰 절값을 누구까지 줄 것인가, 얼마나 줄 것인가 등에 관한 뚜렷한 기준도 없이 건네곤 했고요, 덕담의 내용도, '본인의 새해 계획', '가족, 가정의 의미', '족보 관련 가문의 뿌리 알기' 따위로 바꿔보았으나 임기응변으로 대수롭지 않게 처리해왔음을 자책합니다. 다섯 살배기는 팔순 노년을 '완숙한 어른'으로 볼 텐데, 실제로는 아직도 반성하고 헤매는 일이 많으니 외강내약(外强內弱)이 아닐런지요.

H형! 실버들이 정초에 세뱃꾼을 위한 준비로, 상투적인 덕담이나 세뱃돈 못지않게 자신의 변화계획을 달성해 나가는 시범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여러 번 듣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체험해보는 것이 확실하다(百聞不如一見)"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그 변화계획 내용이 지닌, 손아랫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가치 여부는 그가 건네 준 덕담의 영향력까지도 결정할 겝니다. 말만 앞세우고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덕담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테니까요.

H형! 이런 생각에서, 금년에는 다음 두 가지를 꼭 이루어 보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내 건강을 가꾸기 위해 '기체조 실기 보수 교육'을 이수하려 합니다. 현재 동호인들과 매일 아침 실시하는 기체조는 16년 전 퇴직연수 시 배운 내용이 주종을 이루므로, 이제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난 세밑에 대전시민대학 생활체육 강좌에 등록을 마쳤으며, 코로나 위세가 꺾이면 대면강의가 시작될 겝니다.

둘째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대폭 줄이는 연습을 해 보렵니다. 사람은 좋은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나쁜 일은 오래 기억되지요. 인터넷 악플로 마음고생을 심히 했던 어느 유명인은 자살까지 했어요. 학자들은 "나쁜 경험 하나를 제거하려면 좋아하는 경험 네 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이 1: 4의 비율을 '4의 법칙'이라 일컫는다네요. 예컨대, 아이를 한 번 야단쳤으면 네 번은 칭찬해야 하며, 말다툼 한 번에 성관계를 적어도 네 번 유지하는 부부는 꽤 건강하답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줄이는 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띠 해를 맞아 황소 걸음처럼 느릴지라도 꾸준히 힘써 보렵니다.

H형! 기체조 실기 연수는 나 자신의 건강도 돕지만 동호인과 주위에 파급하여 마을 공동체에도 기여하고, '4의 법칙' 실천은 타인은 물론 나까지도 행복해지는 연습이 될 겝니다. 올해 설 세배에 덕담으로 선택하려는 이유입니다.

황영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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