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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조선족'이 아니라 재중교포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2-04-25 08:20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시사오디세이)
박양진 교수
지난주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또다시 주장하자 우리 정부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하게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였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점령지의 권리, 나아가서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날카롭게 지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 간의 역사적 분쟁은 현대사뿐만 아니라 여러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중국은 지난 2000년대 초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 등의 역사, 고고학, 문화를 중국사로 강제 편입하려고 노력한 바 있다. 그 이후에는 '중화문명 탐원공정'을 통해 모든 소수 민족과 변경 지역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중화문명’이라는 작위적 개념 안에 포함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편 올해 초 열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의 이른바 소수 민족의 1인으로서 등장하여 한중간에 커다란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중국에는 한족(漢族)과 55개의 소수 민족 등 모두 56개의 법적으로 인정된 민족이 있다. 물론 한족이 91%가 넘는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100만 명이 넘는 소수 민족도 19개나 된다. 중국 동북 지방의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의 3개 성, 특히 지린 옌볜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는 한민족도 그 가운데 하나로서, 1990년대에는 200만 명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고 거주지역도 중국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다.

한민족을 제외한 중국의 소수 민족은 모두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중국 대륙에 거주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한 집단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재중교포는 19세기 말경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주로 한반도의 동부인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등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북쪽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히 벼농사라는 발달된 농경 기술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당시 만주 동부 지역에 이주하여 현지 초유의 도작 농경문화를 발전시킨 개척자들의 후예이다. 이들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와이로 이주한 1세대 재미교포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세계 곳곳으로 이주한 한민족 디아스포라(diaspora)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따라서 재중교포는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과는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비교적 최근의 이주민인 재중교포는 우리와 똑같이 한민족 고유의 언어, 문화, 문자, 역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핵심적 정체성에서 해외 각국에 이주한 교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재미교포, 재일교포, 재독교포 등의 호칭은 사용하면서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는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 특히 중국 정부가 사용하는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재중교포의 고유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다른 중국내 소수 민족과의 차별성을 무시하면서 이른바 "중화 민족"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조선족"이라는 폄훼성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나라 교민들과 마찬가지로 재중교포라고 불러야 한다. '조선족'이라는 말을 쓰게 되면 조선어, 조선의복, 조선음식 등 중국 정부가 선호하는 다른 용어에도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재중교포를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일부가 아니라 중국 55개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는데 동조하는 것이다.

1990년 여름 옌볜을 처음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인상을 뚜렷하게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재중교포들이 보존하고 발전시켜온 문화를 납치하여 이른바 '중화 민족' 문화의 일부로 간주하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를 규탄하면서, 재중교포들을 긍정적으로 포용하고 이들과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박양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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