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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가보훈처의 부(部) 승격과 국가의 책임

길병옥 충남대 교수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2-10-20 16:53

신문게재 2022-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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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옥 충남대교수
윤석열 정부는 지난 10월 6일 국가보훈처의 부(部) 승격 추진을 포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단행했다. 이번 장관급으로의 승격은 새로운 차원에서 호국보훈의식 함양과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가 고양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훈처 위상은 1961년 차관급으로 국가원호청이 신설된 이래 1962년 장관급의 원호처 그리고 1985년 장관급의 국가보훈처로 개칭되었다. 하지만 1998년 차관급, 2004년 장관급, 2008년 차관급, 2017년 장관급으로 바뀌는 등 대단히 가변적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훈은 호국 외에 독립·민주를 포함하는 등 군인 중심의 외국의 제대군인부보다 더 큰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부(部)'가 아닌 '처(處)'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보훈 관련 업무를 '부(部)'로 관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산 규모나 역할 면을 고려해 볼 때 이미 '부(部)'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제대군인부의 예산은 338.9조원(정부예산 대비 4.4%, 2022년), 캐나다 제대군인부의 예산은 3.9조원(정부예산 대비 1.2%, 2022년), 호주 제대군인부의 예산은 9조원(정부예산 대비 2.3%, 2019년) 이었고 한국의 예산은 5.9조원(정부예산 대비 1.0%, 2022년) 이다.



기본적인 역할을 고려해볼 때 우리는 보훈을 통해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와 함께 국가정체성과 애국심 함양은 물론 국민통합의 계기로 승화되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담고 있다. 특히 앞선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호국보훈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의 정신적 기반을 만드는 핵심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10대 경제대국에 어울리는 선진 보훈체계 확립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국가의 무한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국가보훈부'가 위국헌신한 국민을 위해 제시해야 될 정책적 방향은 첫째, 보훈정책의 이념과 목표에 부합되는 호국보훈의 공동체를 육성하고 국민통합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국가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보훈정신을 제고하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자 전통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나 지자체별로 또는 직종 및 분야별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호국보훈의 공동체를 다차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호국보훈의 생활화를 위한 호국보훈문화 창달과 애국심 고양이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방향적인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은 가장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는 상징적 장소에 건국 인물과 그 나라를 지킨 호국영웅의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오헤어 공항, 워싱턴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니미츠 고속도로, 프랑스의 드골 공항, 영국의 트라팔가 광장과 넬슨탑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훈문화 창달은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의 정신적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훈보상은 국가의 유지·발전을 위해 희생된 개인에게 국가가 지고 있는 부채이며 책무이다. 금전적인 보상과 더불어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에게 의료· 복지정책 관련 그 수준과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보훈의 영역에서만 해결하기보다는 다양한 사회복지시스템과의 연계체제를 구축하고 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업체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제대군인의 성공적 사회진출을 지원하여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부분과 국제적인 보훈외교를 강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우리 사회가 국가에 대한 희생과 공헌을 존경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당연히 국가정체성 확립과 애국심 함양에 이바지하고 결국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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