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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 담넘어 수도권에 6600병상 증설… 이번엔 의료인력 유출 비상

의사 2만8천명 간호사 8만6천명 쏠림 전망
수도권 병상과잉 충청권 원정진료 직접영향
충남대병원 '새 암병원' 건양대병원 '상급 진출'
충남은 국립대의과대 신설 충북 의대증원 봇물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3-10-25 16:38

신문게재 2023-10-26 7면

수도권 유출
수도권 6600병상 시설에 따른 지역 환자와 의료인력 유출이 전망된다. 수도권 증설 예정인 병상 규모.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해 의과대학교 정원을 확대하기로 한 정부가 의사와 간호사의 수도권 쏠림을 초래할 대형병원 서울·경기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방치한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충청권 지역환자 22만 명이 매년 서울 큰 병원 5곳에서 원정진료를 받는 실정에서 2028년까지 많게는 수도권에 6000개 병상이 증설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까지 수도권 병원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 예상된다. 충남대병원은 전담 암병원 신설과 건양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신규 진입, 충북대는 의과대 정원증원 신청 등으로 대응할 태세다.

원정진료 셔틀버스
울 강남 일대 대형 종합병원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 등 지방에서 올라온 이용객들이 17일 고속철도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병원 셔틀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의료의존 '빨간불'

충청권이 수도권의 의료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가장 가깝게 겪는 지역임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공표된 각종 통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에게 제출한 지방 환자들의 서울대병원 등 서울 소재 빅5병원 진료 현황에서 충청권에서 지난해 총 22만 3417명이 원정진료를 받았다. 충남에서는 지난해 9만5921명이 빅5병원 진료를 위해 서울까지 이동했고, 충북 7만627명, 세종 1만6018명, 대전 4만851명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아산병의 빅5 병원을 찾았다. 10월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진숙 충남대 총장과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어려운 지역 의료여건을 감안해 각 대학의 의과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고, 충남·북에 없는 치과대 신설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여기에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응급센터 활성화와 소아 의료진 확보와 시설 확충에 국회 차원의 관심을 촉구했고, 최영석 충북대병원장은 충주에 추진 중인 충북대병원 분원 설립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으로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해 분원설립 타당성을 호소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업무보고를 통해 "충북은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황으로 충북대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과 치과대학의 설립에 국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고 직접 건의했다.

▲예고된 수도권 6000병상

수도권 내에서만 대학병원 8곳이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이 경기도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각 새병원을 건립해 2028년 개원할 계획이고, 아주대병원도 경기도 평택과 파주시에 분원을 추진 중이다. 가천대길병원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위례신도시에 1000병상 규모로 분원을 설립하고, 인하대병원은 경기도 김포시, 서울아산병원은 청라국제도시에, 한양대병원도 경기도 안산시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8년까지 많게는 서울과 경기권에 6600병상이 새롭게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늘어난 병상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과 자본을 흡수할 것으로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심화한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 토론회에서 예상대로 수도권에 6000병상이 증설되면 의사 인력 2만 8000명, 간호사 8만 6000명이 이들 병원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토론회에 참석해 "100병상 규모 중소병원 90개를 운영할 때 필요한 의사와 간호사가 수도권에 흡수된다는 의미"라며 "수도권에 병원이 지어지면 그만큼 지방에 있는 대단히 많은 중소병원이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복지부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은 의료기관 개설 시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병상수급 시책은 현재 시군구청장에게 주어진 대학병원 분원 허가권을 통제할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빨라야 2024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인데, 앞서 수도권 분원을 계획한 병원들은 연내에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료고도화 목표인 대전

충청권 의료계에서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대전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이 올해 7월 1000병상 규모의 새 암병원 건립 추진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금이나 예산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암 환자가 지역에 머물며 고도화된 완결적 진료환경을 지금부터 준비해도 수도권 병상 증설 때보다 늦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앞당겨 착수했다. 2020년 기준 암환자가 지역 내 병원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는 자체충족률은 대전 65.9%, 충남 37.3%, 세종 21.0%로 원정진료에 나서는 환자 상당수가 암 등의 중증질환으로 분석된다. 충남대병원은 암 관련 연구와 나아가 장기이식까지 발전할 수 있는 새 암병원을 지금의 충남대의과대 운동장 부지에 신설함으로써 환자뿐 아니라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8월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수도권 병원이 대형화와 분원을 추진 중으로 충청권에서도 늦어선 안 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 시점을 놓치면 앞으로 3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게 될 것으로 보여 비전을 세우고 새 암병원 설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건양대병원은 정부가 지정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올해 새롭게 입성해 수도권 이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소요병상 규모에 맞게 권역마다 몇 개의 종합병원급 시설을 지정해 완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하나의 권역으로 묶인 대전과 충남에서는 충남대병원 1263병상, 천안에 단국대병원 900병상, 순천향대 부속천안병원 961병상을 각각 상급종합병원 병상으로 가동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부터 3년간 운영될 제5기 상급종합병원을 새롭게 지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 중으로 내달 1차 후보 병원이 발표된다. 지방-고등-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사법체계에 비유하면 상급종합병원은 대법원 규모의 완결적 진료를 제공하는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전에는 충남대병원 한 곳만 지정돼 중증의 상급진료 수요가 몰리는 실정이다. 또 대구 5곳, 부산 4곳, 인천 3곳, 광주 2곳 등 광역시에서 2곳 이상 운영되는 현실과 비교해도 대전에 추가 지정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지역 의료계 시각이다.

배장호 건양대병원장은 지난 8월 간담회를 통해 "지역 완결형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설립에 따른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유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대전에 의료서비스를 높이는 상급종합병원 추가 지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대병원 새 암전문병원 조감도
충남대병원이 계획한 새 암병원 조감도.
▲의과대 증설 및 신설 충남·북

충남에서는 국립공주대에 의과대를 신설하고 충북에서는 충북대의과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의과대학 설립 관련 내용이 포함된 '국립공주대학교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성일종 의원)'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공주대는 의과대를 예산캠퍼스에 마련하고, 부속병원은 내포신도시에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 중으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도민의 생사가 걸린 국립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충북에서는 의과대학 증원 요구가 제기돼 김영환 충북지사는 49명인 충북대 의대 정원을 150명 이상으로 늘리고,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50명과 국립 치과대학 70명 신설을 요청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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