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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무량사, 종교를 떠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정덕 주지 스님, 7년 동안 사찰 문화재를 콘텐츠화
뚜벅이 걸음으로 반나절이면 '힐링'

김기태 기자

김기태 기자

  • 승인 2023-10-27 17:31
  • 수정 2023-10-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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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외산면에 자리한 천년 사찰 무량사(정덕 주지 스님)가 종교를 떠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는 극락전과 5층 석탑, 석등 등 국가지정보물 8점을 비롯해 지방문화제가 산적해 있는 곳으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다. 종교를 떠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요즘 단풍이 살짝 든 무량사를 가면 완연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무량사가 주민들에게 내준 마을에서 뚜벅이 걸음으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조선 세조 때 김시습이 세상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김시습 부도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면 아무런 문양이 없는 두 개의 돌기둥 당간지주가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당간지주 옆 사천왕문 사이로 보이는 5층 석탑과 극락전, 그리고 노란 감나무와 단풍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사천왕문 사각형 안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방문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20일 이곳에서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렸다. 7년째 종교를 떠나 문화와 예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연 행사다.

이날 '무량사 옛터의 두 번째 기와이야기'란 주제로 체험행사가 열렸다. 사전에 신청자들이 많아 벅찼지만, 무량사를 찾은 관광객들까지도 참여를 희망하자 정덕 주지 스님은 선뜻 재료를 내주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부처님의 자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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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 주지 스님이 연꽃무늬수막새 찍기 체험 활동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체험은 연꽃무늬수막새 찍기를 비롯 수막새 채색하기, 단청 체험 등 다양해 열기는 뜨거웠다.

한 체험객은 "그동안 접해 보지 못한 체험을 하니 재미가 있었고, 기와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까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 체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나이 지긋한 관광객도 종교 문제가 걸리는지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끝내는 즐겁게 체험을 하며, 무량사가 내준 음식까지 맛있게 먹었다.

정덕 주지스님은 "7년 동안 문화재를 알기 쉽게 해석하여 콘텐츠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무량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 실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덕 스님은 학술제를 열어 무량사만의 콘텐츠 개발에 힘썼으며, 역사적 기록물인 도록을 만들었고, 전통의식작법을 확립했다.

사람들이 사찰을 고리타분한 곳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덕 주지스님은 "삶이 어렵고 지치거나 사회생활이 두려울 때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무량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찰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덕 주지 스님은 문화재청과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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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천왕문 사각형 안으로 펼쳐진 무량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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