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손필훈 대전고용노동청장 "중대재해법 효과 보려면 꾸준한 노력과 시간 필요"

중대재해 감축 위해 현장상황 개선 노력
직장내 갈등 해결, 내부 소통 중요한 과제
대전청에 고용평등전담 상담창구 설치 예정
공정한 업무처리 믿음과 존중으로 대해주길

이유나 기자

이유나 기자

  • 승인 2023-11-06 10:42

신문게재 2023-1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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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필훈 대전고용노동청장. 사진=이성희 기자.
올 한 해는 노동계 이슈가 뜨거웠다. 지난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지역 노동계는 바쁘게 움직였다. 직장 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정감사에선 대전고용노동청에 충남 노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고용평등상담실은 예산삭감으로 존폐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최근 지역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며 중도일보는 대전고용노동청과 안전골든벨을 진행하기도 했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손필훈 대전고용노동청장을 만나 지역 고용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간의 소회가 어땠나.

▲고용노동행정은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직접 마주한다. 현장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노동개혁을 조금씩 진전시키고 어려운 형편에 놓인 근로자들과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데 대전청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산업안전감독관들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여러 현장을 다니며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개선해나간 일이 기억에 남는다. 대전청도 신규 직원들이 많다. 충분치 않은 급여와 처우에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대전청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5월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천안지청 신규감독관에게는 선배로서 관리자로서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놓아버릴 수 없다.





- 중도일보와 안전 골든벨을 진행했다. 앞으로 소감과 행사 내용에 대한 의견은.

▲중도일보를 포함해 대전시청,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보건공단, 폴리텍 대전캠퍼스와 함께 대전 지역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7월 23일 안전 골든벨 행사를 진행했다. 강당에 가득한 학생들의 열기에 압도되고 가슴이 벅찼다. 고용노동청이 이 학생들이 자라서 일할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꼈다. 학생들에게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소중한 기본적 권리라고 이야기해줬다. 안전 골든벨 행사에 303명의 학생이 참여해 안전에 관한 내용을 퀴즈 형태로 풀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고 일방적인 교육보다 교육효과도 훨씬 컸던 것 같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자라 일할 때 정말 필요한 법과 원칙을 미리 숙지하고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 골든벨 행사를 매년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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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필훈 대전고용노동청장. 사진=이성희 기자.
-요즘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의 직장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원인과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거시적으로 보면 사회가 경제적, 사회적, 인구적 요인 등으로 과거처럼 팽창하고 발전하는 상태를 지나면서 내부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이 직장 내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기술적 방법들이 확대된 것도 갈등이 더 많이 나타나는 원인이다.

해법 역시 크게 보면 사회 각 분야의 변화와 개혁을 통해 성장과 발전의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각 사업장에서는 직원에 대한 합리적 인사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내부 소통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갈등이 확산하면 기업의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악화할 경우 노동청에 사건화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들도 본인의 권리를 인식하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나의 권리만큼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권리도 중요하고 회사의 내부적인 절차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도 고려했으면 한다. 대전고용노동청도 사업장 각종 감독 및 점검 또는 사업장 교육 시 직장 내 세대 간 갈등 및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사항을 사업장에 주지시키고, 현수막 등을 제작해 사업주 및 근로자들이 볼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갈등이 사건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적인 보호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전고용노동청 청사 사옥 노후화로 사옥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대전고용노동청이 1996년에 둔산동 청사를 신축해 입주했는데, 거의 30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조직 규모도 커지고 청사도 노후화돼서 청사를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에서 현 대전정부청사 유휴부지에 특별지방행정기관 합동청사 건립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전고용노동청도 입주기관으로 선정됐고, 2029년께 완공되면 이전할 예정이다.



- 이번 국감에서 노후 화력 발전소 퇴직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감 이후 어떤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전국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28기가 충남에 있고 이 중 14기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5년부터 2036년까지 폐쇄된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고용조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1년 보령에 있는 석탄발전설비 2기 폐지에 대응해 관할 보령고용센터에 석탄화력발전 특별취업지원팀을 구성해 재취업을 지원했다. 고용부 본부-충남도-보령시, 당진시 등과 협조해 석탄화력발전 폐지에 따른 고용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제대응조치를 지원한 바 있다. 내년 4월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법이 시행될 예정이고, 현재 화력발전소 폐쇄의 고용에 대한 영향을 평가 중이다. 평가결과가 나오면 새로운 법률에 따라 선제 대응을 통해 이직 발생을 최소화하고, 이직자에 대해서는 원활한 일자리 전환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전국의 고용 평등 상담실 내년 예산이 삭감하며 존폐기로에 놓였다. 어떤 대안이 있나.

▲그동안 전국적으로 19곳의 고용평등상담실이 운영됐고, 대전에서도 여민회가 2015년부터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작년에는 약 700여 건의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괴롭힘 등에 대한 상담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낮은 문턱으로 피해 근로자들이 조금은 덜 부담을 가지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나, 그간 운영상황을 보면 상담 이후에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나 사업장 감독과의 연계에서 미흡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6개 광역단위 고용노동청과 2개 대표지청에 '고용평등전담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상담사를 직접 채용해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전청도 청사 1층의 권리구제지원팀 내에 '고용평등전담 상담창구'를 설치해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감독부서와의 유기적 연계와 협력을 통해 신속한 피해구제 및 실질적인 권익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청에 설치하더라도 피해 근로자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거나 전화 등을 통해 상담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상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치할 것이다. 구제조치까지 연계해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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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필훈 대전고용노동청장. 사진=이성희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최근 통과됐다. 지역에서 중대재해법이 원만히 안착하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27일에 시행됐다. 현장에 가보면 사업주들이 안전을 위해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리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가 확인된다. 물론 일부 실질적인 개선 노력보다는 법적 대응을 위한 서류 작업에 집중하는 등 부작용도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해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청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기획감독, 위험성 평가 특화 점검, 안전문화 실천 추진단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구체적인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서 운영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는 법이다. 이러한 체계를 만들고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보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로 중대재해가 줄어들려면 지금은 효과에 대한 조바심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지역에 노동 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 차원의 노동개혁에 발맞춰 대전 지역도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관계의 합리화'와 '취약 노동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노동 문화의 두 축이 돼야 한다. 법과 원칙은 사회의 약속이 규범화된 것이다. 이것이 깨지면 갈등이 대립이 되고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현장에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취약노동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정부뿐 아니라 노사 모두의 기본이어야 한다. 노사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러한 노동 문화의 기저에는 '대화와 소통'이 있어야 한다. 대전 충청지역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훌륭한 리더들이 '화합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정해진 임기는 없다. 대전고용노동청장은 바뀌어도 대전청의 고용노동행정은 시민과 근로자, 사업주들을 위해 계속된다. 대전청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관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시장의 질서를 잡아나가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근로자와 시민을 지원하는 것,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마지막까지 기본 방향이다. 시민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린다면, 고용노동청 각 부서에 다양한 상담과 민원, 사건 처리 때문에 와서 근로감독관이나 다른 부서의 여러 직원을 대할 때, 공정한 업무처리에 대해 믿음을 갖고 존중해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담=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정리=이유나 기자·사진= 이성희 기자



● 손필훈 청장은.

-1973년생

-구로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

-1998년 행정사무관 임용

-경인지방노동청, 중앙노동위원회, 임금정책과, 평등정책과

-국무총리실 사회총괄정책관실

-고용정책실 노동시장분석과장, 노동정책실 근로복지과장, 퇴직연금복지과장

-외교부 중국대사관 고용노동관

-대통령비서실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보건과장, 산재예방정책과장

-노동정책실 노사협력정책과장

-2022년 1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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