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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예산 고덕중학교 최지예 교사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4-04-04 15:21

신문게재 2024-04-05 18면

20240405_예산_고덕중 교사 최지예
최지예 교사
"넌 왜 교사가 되고 싶니?"

고교 시절 3년 내내 진로희망 칸에 교사를 적어내던 나에게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이다.

그때의 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감 있게 답했다.



"저희처럼 농어촌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요."

아주 작은 도서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우물 안 속 개구리였던 나는 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늘 세상 곳곳의 뉴스에 관해 이야기해 주시며 우리가 살아갈 곳은 작은 섬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시던 영어 선생님, 늘 새로운 수업 방식에 관해 연구하며 우리가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던 국어 선생님, 교육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우리에게 다양한 강의 자료와 문제집들을 구매해주시던 역사 선생님 등 다양한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나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선생님들의 노력과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나도 교육 정보가 부족해 공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다짐은 반복되는 임용고시 불합격 앞에서 잠시 잊혀졌다.

한해, 두 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고, 막바지엔 그저 사범대를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건 교사뿐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버티며 공부했다. 그랬기에 긴 임용고시 생활 끝에 합격 소식을 보았을 때도, 첫 근무 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도 큰 감흥이 없었다.

2024년 2월 16일, 첫 근무 학교가 정해졌고, 그다음 주인 2월 20일부터 3일간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주간에 참여했다.

예산군 고덕면에 있는 고덕중학교, 전교생이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중학교, 나의 모교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큰 기대 없이 방문한 첫 학교, 그저 형식적인 출근 기간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주간 동안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고민했다.

모든 교과 선생님들이 과목별 교과서와 성취기준을 분석한 뒤, 어떤 주제로 융합을 할 것인가부터 어떤 학년을 어떤 과목이 융합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10여 년 전 했던 나의 다짐이 떠올랐다.

'아, 이러한 교사가 되고 싶어서 사범대를 진학했었지. 내가 원했던 교사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내 마음속에서 열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이 열정은 더욱 커졌다. 영어 교사가 나뿐인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매일매일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연구하는 시간이 즐겁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툴고, 힘들게 준비해 간 수업에 아이들이 시큰둥해할 때도 있지만, 나로 인해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감을 얻게 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도 열심히 수업을 준비한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10여 년 전 결심했던 그 다짐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했던 다짐을 항상 새기면서 교실 문을 들어갈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면서 현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예산 고덕중학교 최지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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