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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명 비서실장을 기대한다

한평용(명예경영학박사. 지산바이오(주)회장)

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

  • 승인 2024-04-24 09:48
  • 수정 2024-04-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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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부터 충청도를 가리켜 양반의 고장이라고 했다. 또는 충절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인심이 순후하고 모질지 않으며 충신열사들을 많이 배출한 역사를 지칭한 말이다.

충성 '忠'자는 '中'과 '心'을 합친 글자다. 진정한 선비는 도의와 예를 지키며 모든 일에 '충'을 실천하여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은 우리 고장 아산 출신이시다. 전쟁 중에 왕명을 거역한 죄로 서울로 압송되었다. 임금의 명을 따르면 패전이 불 보듯 하여 이를 어긴 것이다.



장군은 역적 누명을 쓰고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원균이 전함 수백척을 잃은 후에야 방면 됐다. 수군절도사라는 직에서 피탈되었으며 백의종군하라는 어명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이 장군은 겨우 임지로 내려와 임금에게 복명한다. 남은 배는 고작 12척, 너무나 유명한 얘기가 아닌가.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전함이 있습니다. 나아가 죽기로 싸운다면 능히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2백척에 가까운 일본 전함을 대파하는 전과를 올렸다. 오로지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대승을 이끈 것이다.

이 충성스러운 마음과 국토수호의지가 충청인에게는 연면히 살아 있음을 항상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필자가 사업을 키워 왔던 금산군에도 눈물겨운 역사가 어린 곳이다.

'금산 칠백의총'은 임진전쟁 당시 중봉 조헌 선생과 영규대사가 이끄는 7백 의사가 죽음으로 왜적을 막다 산화한 유적이다. 사실 역사를 전공한 학자들은 조헌 의병장과 영규대사가 금산에서 왜적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저히 적수가 안 되는 상황으로 길을 비켜주면 모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의병들은 전라도에서 북상하는 왜군들을 저지하려는 결사정신이 있었다.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기로 결의하고 일본군과 대결하여 모두 전사한 것이다. 전사한 의병들은 공주 마곡사 지역의 승려들과 공부를 하던 충청도 선비와 가족, 노비들이었다.

조선시대 도승지는 요즈음 대통령 비서실장의 위상이다. 선비가 과거에 장원급제하면 승정원 관리가 되고 임금은 신임이 두텁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측근을 도승지로 임명했다고 한다.

선조 때 도승지 백사 이항복은 임진전쟁 중에 의주까지 임금을 호종, 국권을 회복시켰고 정조 때 홍국영은 도승지가 된 후 세도정치를 하려다 비참한 종말을 맞기도 했다. 도승지의 역할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흔들리고 임금의 공과가 좌우됐다.

이번에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 된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공주 출신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충청도 인물이다. 부친은 전 충남지사였으며 국회의원이었던 고 정석모 의원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한국일보에 입사,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언론은 민의를 대변하고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는 직필정론이 사명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정 실장이 이런 기자정신으로 덕목을 쌓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뚝심 있는 정도 정치인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은 이런 성장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私)는 멀리하고 공심(公心)만 가지고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청인의 대명사격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다짐한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공심'으로 단결해 난관을 헤쳐 나가자고 역설했다. 정치인들의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범죄자가 득세하는 정치현장에서 얼마나 기다렸던 사자후인가. 필자에게는 ‘이순신 장군의 12척 결의’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충청 출신들의 요직 기용이 없던 차제에 정진석 실장의 기용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윤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때로는 충청인 특유의 뚝심으로 직언하는 '명 비서실장'이 되길 기대한다.

한평용(명예경영학박사. 지산바이오(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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