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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단풍나무의 노래

김정아/시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4-05-07 17:17
그날은 바람도 곱게 불었습니다

파란 하늘엔 구름도 은빛이었고

아름다운 무지개도 피어올랐습니다



부푼 가슴 한아름 꽃다발을 안고

남풍에 실려 날아 왔습니다



별안간 돌풍이 일어

면사포는 날아가고

나는 벼랑끝으로 내 몰렸습니다

태양은 빛을 잃고

별들도 숨어버렸습니다

어쩌다 지나가는 한 줌 햇살에

몰래 몰래 작은 꽃들을 피워냈습니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내 꿈은 접어 장롱 속

깊이 깊이 넣어 두었습니다

그 위에 꼭꼭 눌러 써 넣었습니다



위하여 살자

위하여 살자



내 유전자까지 씻기도록

씻고 또 씻습니다

바람에 씻고

비에 씻고

찬이슬에도 나는 씻습니다



맑고 투명한 날개를 달아

내 씨앗을 날려 보낼 겁니다

한줄기 단심으로

이 세상 떠나는 날

내 주변을 환하게 밝힐 것입니다

순간일지라도

나 있던 자리 곱게 물들일 것입니다

김정아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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