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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인공지능 시대, 독서가 필요한 몇 가지 이유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4-05-19 18:07

신문게재 2024-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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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권 교수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고차적으로 사고하는 강인공지능의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인간의 대화와 소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픈 AI는 최근 GPT-4.0o를 공개하면서 텍스트, 음성, 콘텐츠 이미지 생성에서 사용자와 인공지능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소통 능력을 능가할 기세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종속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함께 살면서 삶의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다움을 고양해야 한다. 인간 스스로 인공지능과 다른 지적, 정서적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때, 인간은 저만의 고유한 정신이라는 위대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독서 활동이 필요한데,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본다.

독서는 인간이 지식과 지혜를 함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인간이 자기 주도적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기계적, 물리적 차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이 책을 읽는 행위는 고유의 체험이나 감각을 바탕으로 책과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독서는 인공지능이 정보를 재가공하기 위해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도 인간의 지식과 지혜가 망라된 것이라는 점에서 독서 행위와 무관치 않다.



독서는 또한 인간이 비판적 사고와 분석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한다. 인간은 지식이나 정보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인간은 다양한 주제와 의견을 비교하고 분석하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독서는 이러한 비판적 사고력을 근본적으로 향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인공지능도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주체적, 체험적 사유와는 거리가 멀다. 주어진 자료를 피동적, 물리적으로 정리할 따름이다.

그리고, 독서는 인간의 창의적 역량을 반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의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 생각과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된 정신적 에너지이다. 독서는 인간에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을 제공해 줌으로써 창의적 사고를 유인한다. 특히 문학 작품은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여 창의성을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간이 어떤 사안에 대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타인과의 공감과 내적 성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독서는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상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여 사회성을 길러 준다. 타인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고양하게 한다. 독서는 인간이 대인관계나 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상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면을 성숙시켜 나간다. 독서를 통해 자기 이해와 성찰을 수행함으로써 높은 인격체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독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공지능 이상의 존재가 되는 데 필수적이다. 독서는 인간이 인간과의 상호 소통 능력을 갖춘 GPT-4.0o와 만나는 것보다 더 양질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선인들의 지혜와 당대인들의 시대 감각과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링컨(A. Lincoln)의 위대한 리더십도 "한 권 읽는 사람은 책을 두 권 읽는 사람에게 지배당한다."라는 독서 정신에서 나왔다. 문학 이론가 바슐라르(G. Bachelard)가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선생이다."라고 말했듯이, 독서는 인간만의, 인간다운 꿈 꾸기를 가능케 해 준다. 인공지능 시대, 독서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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