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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양형 기준 높이는 게 맞다

  • 승인 2024-05-22 18:07

신문게재 2024-05-23 19면

전세사기 피해에 따른 2차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책이 부재해서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이는 사례가 많다. 피해 구제책의 실효성이 작다는 뜻이다. 우선매수권 부여, 경·공매 유예를 규정한 기존 전세사기특별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엔 특히 그러하다. 요건 미충족, 소액 임차 기준 초과 사유로 여전히 구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래서 보강한 개정안에 정부와 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구상권 청구 절차는 있지만 사인(私人) 간 거래에서의 피해를 정부가 구제해준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 의사일정을 변경해 강행할 태세다. 사회 초년생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에게 주거 복지 차원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기존 특별법이 구제에 미흡하다면 여야 합의로 고치는 게 당연하다.



결과론적이지만 굳이 묻자면 부실 감독과 전세대출 관리에 소홀한 책임이 없지 않다. 잘못된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나 보증보험제도의 불안정성, 부동산 등기 시스템 미비도 지적할 수 있다. 전세사기가 구조적으로는 사회적 참사 성격이 짙다. 주택도시기금 손실만이 아니라 '선 구제 후 회수'를 요구하는 피해자 걱정도 해야 한다. 보증금에 꿈과 미래까지 송두리째 빼앗은 경제적 살인 행위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찾아야 할 것은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도다.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기간에 비해 피의자 형량이 짧은 사실에도 피해자들은 분개한다. 사기죄 가중처벌 기준을 조정하고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심의하긴 했다. 조직적 사기범죄가 아니더라도 올해 하반기 형량 범위를 정할 때 적극 반영할 부분이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22일 요청했듯이 최대 징역 15년인 양형 기준은 손볼 필요가 있다. 13년 전 만든 기준이다. 범죄 양상의 심각성을 고려해 양형 기준에 대한 최종 의결을 내년 3월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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