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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찍은 대전 계룡문고…28년 향토서점 역사속으로

9월 28일부터 폐업 도서 20만권 반출
각 분야 도서 찾고 만남의 장소 사라져
이동선 대표 "마음과 후원 도움 무척 죄송"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4-09-29 18:07

신문게재 2024-0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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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에 경영에 마침표를 찍은 대전 계룡문고에서 책 반출을 마치고 이동선 대표가 뒷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향토서점으로 1996년 첫 장을 펼친 계룡문고가 28년 만에 서점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마지막 페이지를 접었다. 20만 권의 책을 진열했던 책장은 텅 비었고, 폐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닫힌 문 앞에서 한동안 맴돌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9일 찾은 대전 중구 선화동의 계룡문고는 출판사와 총판 관계자들이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상자에 담아 트럭에 옮기는 반출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서점 벽면에 가득 꽂혀 있던 20만 권에 달하는 책은 온데간데 없고 빈 책장과 책을 담은 종이상자가 몇 개 남아 있었다. 최신의 책을 만날 수 있던 베스트셀러 코너를 비롯해 시집, 드로잉, 마케팅, 서예, 역학, 외국어 등 책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던 곳에 정작 책이 없는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계룡문고는 28일 오후 6시부터 손님을 더 받지 않고 폐업절차에 돌입해 주말 사이 출판사와 총판에 대금을 정산하고 도서 반출을 마쳤다. 폐업 소식을 듣고도 찾아온 몇몇 시민들은 서점 앞에서 한참을 맴돌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서점 앞에서 만난 시민 김조민(34·여) 씨는 "나무를 가꾸는 데에 취미를 붙이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안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왔는데 문을 닫았을 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기자에게 물어왔다.

1996년 1월 중구 은행동 옛 유락백화점 건물 1·2층에서 시작한 계룡문고는 2003년 문 닫은 문경서적과 2009년 폐업한 대훈서적을 잇는 향토서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서점 안에 세미나실에서는 출판기념회와 저자 초청 강연이 열리고, 어린이 코너에는 신발을 벗고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마당이 있어 유치원 아이들의 동화책 소풍 장소로 애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 판매가 급감하고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경영난을 겪어왔으며, 대전테크노파크에 최근 임대료를 3개월째 납부하지 못해 재산압류 통지까지 받으면서 더 악화되기 전에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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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폐업한 계룡문고에 서가가 주말사이 비워졌다. 20만권을 보유한 계룡문고는 28년 역사를 끝마쳤다.  (사진=임병안 기자)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중도일보와 만나 "서점이 계속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후원금으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무척 죄송하다"라며 "계룡문고를 포함해 지난 44년간 서점에서 일생을 보냈으나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시대가 어두워져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경영을 접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서점 직원들 임금은 모두 지급하고, 출판사와 총판에서도 대금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채권단은 구성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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