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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그림으로 담아내는 민주주의의 순간들: 한의사이자 환경운동가 '김나희'

설국열차에서 영감 받아 현장 기록에 나선 47세 한의사의 이야기
탄핵집회 현장에서 캔버스와 붓으로 집회 기록하는 그녀만의 작은 메시지

김주혜 기자

김주혜 기자

  • 승인 2025-04-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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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씨가 집회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봄바람이 스치는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집회 현장에서 한 여성이 캔버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나희(47)씨는 "민들레 한의원에서 한의사로 일하며 새만금 갯벌을 지키는 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전에서 열렸던 탄핵 찬성 집회에 대부분 참석했던 김 씨의 손에는 항상 캔버스와 붓이 들려 있었다. 그는 "천막 농성할 때부터 틈틈이 와서 그림을 그려왔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에 열정을 쏟아온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씨가 현장에서 그린 그림들은 판매 또는 기부로 이어졌지만, 모든 수익은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의 예술 활동은 순수한 기록을 넘어 사회적 기여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한의사와 화가라는 이질적인 조합에 관해 물었을 때, 김 씨는 "그림은 취미로 시작했다"며 "예전에 영화 설국열차를 봤는데, 고통의 장면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노인 화가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속 한 인물이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어 김 씨는 "나도 큰 행동은 못 해도,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작은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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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씨가 2024년 12월 3일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인터뷰 당시 그가 그리고 있던 그림은 2024년 12월 3일의 한 장면이었다. 김 씨는 "군용차가 국회 앞으로 진입했을 때, 한 시민이 앞을 막았던 장면"이라며 "처음에 한 시민이었지만, 뒤이어 여러 명이 함께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의 붓 끝에는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담긴 역사적 순간을 포착하려는 열망이 담겨 있는 셈이다.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을 때, 김 씨는 "현실은 너무나 험난하고, 다양한 입장들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지금 존재하는 법만 제대로 지켜도 훨씬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노동법이든 환경법이든, 절차를 지키고 책임을 지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치주의의 회복을 통한 사회 발전을 바라는 그의 신념이 담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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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희 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진=김주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집회 현장에서 중계되자 김 씨는 붓을 든 채 환호했다. 언뜻 눈엔 눈물이 고여있는 듯 일렁거렸다. 다시 붓을 들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그의 손이 분주해졌다. 김나희 씨는 역사의 한 장면을 화폭에 담아 미래를 위한 기록을 남겼다.
김주혜 기자 nankjh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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