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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이하 학비노조)에 따르면 11일 오후 대전 중구 소재 B중학교 조리원이 단체로 병가를 제출했다. 이 학교는 당장 14일부터 대체식을 제공하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해당 가정통신문에는 "조리원들의 부재로 부득이하게 정상적인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학비노조는 당일 B중 급식 메뉴에 미역을 주재료로 한 메뉴가 있었는데, 준법투쟁 기간 자르지 않는 미역을 거부한다는 노조 의견을 학교가 무시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상황을 파악했다. 해당 학교는 미역 없는 미역국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 학교로, 조리원들이 자르지 않는 미역 사용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태가 일어났다.
조리원들이 단체 병가는 낸 결정적 상황엔 해당 학교 영양교사의 발언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석상 학비노조 대전지부 조직국장은 "조리원들이 다른 학교 상황을 설명하며 자른 미역을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양교사가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으나 그냥 긴 미역을 주문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급식과 배식 마치고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된다"며 "할 수 있는데도 안 하겠다는 말을 듣고 모멸감을 느끼고 울면서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역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식재료 발주 현황을 보면 여러 학교에서 '자른' 미역을 사용하고 있다. 한 번에 수백 인분의 미역을 물에 불린 뒤 자르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조리원 요구에 따라 자른 미역을 주문하고 있다. 덩어리 고기도 마찬가지로 용도에 맞춰 썬 고기를 발주하는 학교도 여럿이었다. 단가 차이로 자른 미역이나 썬 고기를 구입할 수 없다는 논리가 상당수 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학비노조 소속 학교 조리원들은 대전교육청과의 직종교섭 결렬 이후 현재 준법투쟁 중으로 이 기간 교직원 배식대 거부, 냉면기 월 2회 이상 사용 거부, 튀김류(전·구이·튀김) 주 2회 초과 거부, 덩어리 식재료 거부, 소분되지 않은 식재료 등을 거부하고 있다.
이중 교직원 배식대는 대전교육청 2025 학교급식 기본계획에 "교직원 전용 배식대 및 별도 메뉴 편성 등 조리종사자 업무부담 가중 지양"이라고 포함된 사항이다. 식재료 소분과 관련해선 대전교육청도 일선 학교에 권장하는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준법투쟁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3월 31일 당일 급식 파업으로 논란이 된 대전 A고는 현재 학부모 1인시위와 학생들의 중식 거부 등 사태가 번지고 있다. 학비노조는 11일 이와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학교 문제의 발단이 교직원 배식대에서 비롯됐으며 냉면기나 덩어리 고기는 급식의 질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법투쟁에 참여 중인 학교는 100곳가량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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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전교육청 현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 모습. 임효인 기자 |
유 국장은 또 "학부모들의 주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밥을 주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고 밥을 주면서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것도 동의한다"면서도 "냉면기와 덩어리 고기가 슬라이스 고기로 들어오는 게 급식의 질 차이라고 한다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납득을 시켜달라"고 물었다.
대전교육청 급식팀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급식의 질이 떨어져선 안 되며 영양교사나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란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 급식팀 관계자들은 "급식이 맛있어야 학생들이 잘 먹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수육이라면 덩어리로 삶은 게 더 맛있지 않겠냐"며 "(급식은) 학교의 경영상 학교별로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있고 전문지식을 가진 영양교사가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판단하는 재량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거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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