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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급식 갈등 사태 지속, 단체 병가로 대체식 학교도… 교육청-노조 입장은 평행선

대전 B중 '미역' 문제로 조리원 단체 병가 제출… 14일부터 대체식
학비노조 11일 긴급 기자간담회 열고 A고 파업 관련 사태 설명도
대전교육청 "맛있어야 영양 잘 섭취… 학교 현장 따라 재량 영역"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5-04-13 17:44

신문게재 2025-04-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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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A고 급식 갈등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학교에선 조리원이 영양교사와 갈등으로 단체 병가를 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근본적 사태 해결의 키를 쥔 대전교육청은 학생 급식의 질 저하를 이유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는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13일 대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이하 학비노조)에 따르면 11일 오후 대전 중구 소재 B중학교 조리원이 단체로 병가를 제출했다. 이 학교는 당장 14일부터 대체식을 제공하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해당 가정통신문에는 "조리원들의 부재로 부득이하게 정상적인 학교 급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학비노조는 당일 B중 급식 메뉴에 미역을 주재료로 한 메뉴가 있었는데, 준법투쟁 기간 자르지 않는 미역을 거부한다는 노조 의견을 학교가 무시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상황을 파악했다. 해당 학교는 미역 없는 미역국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 학교로, 조리원들이 자르지 않는 미역 사용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태가 일어났다.



조리원들이 단체 병가는 낸 결정적 상황엔 해당 학교 영양교사의 발언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석상 학비노조 대전지부 조직국장은 "조리원들이 다른 학교 상황을 설명하며 자른 미역을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양교사가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으나 그냥 긴 미역을 주문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하면서 급식과 배식 마치고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된다"며 "할 수 있는데도 안 하겠다는 말을 듣고 모멸감을 느끼고 울면서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역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식재료 발주 현황을 보면 여러 학교에서 '자른' 미역을 사용하고 있다. 한 번에 수백 인분의 미역을 물에 불린 뒤 자르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조리원 요구에 따라 자른 미역을 주문하고 있다. 덩어리 고기도 마찬가지로 용도에 맞춰 썬 고기를 발주하는 학교도 여럿이었다. 단가 차이로 자른 미역이나 썬 고기를 구입할 수 없다는 논리가 상당수 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학비노조 소속 학교 조리원들은 대전교육청과의 직종교섭 결렬 이후 현재 준법투쟁 중으로 이 기간 교직원 배식대 거부, 냉면기 월 2회 이상 사용 거부, 튀김류(전·구이·튀김) 주 2회 초과 거부, 덩어리 식재료 거부, 소분되지 않은 식재료 등을 거부하고 있다.

이중 교직원 배식대는 대전교육청 2025 학교급식 기본계획에 "교직원 전용 배식대 및 별도 메뉴 편성 등 조리종사자 업무부담 가중 지양"이라고 포함된 사항이다. 식재료 소분과 관련해선 대전교육청도 일선 학교에 권장하는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준법투쟁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3월 31일 당일 급식 파업으로 논란이 된 대전 A고는 현재 학부모 1인시위와 학생들의 중식 거부 등 사태가 번지고 있다. 학비노조는 11일 이와 관련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학교 문제의 발단이 교직원 배식대에서 비롯됐으며 냉면기나 덩어리 고기는 급식의 질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법투쟁에 참여 중인 학교는 100곳가량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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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전교육청 현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 모습. 임효인 기자
유석상 국장은 "(A고에) 3월 28일 교직원 배식대를 철거하고 이러한 형태의 준법투쟁을 시작하겠다고 통보하니까 쟁의행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여러가지 언사를 사용해 우리 조합원들을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또 "학부모들의 주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밥을 주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고 밥을 주면서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것도 동의한다"면서도 "냉면기와 덩어리 고기가 슬라이스 고기로 들어오는 게 급식의 질 차이라고 한다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납득을 시켜달라"고 물었다.

대전교육청 급식팀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급식의 질이 떨어져선 안 되며 영양교사나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란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 급식팀 관계자들은 "급식이 맛있어야 학생들이 잘 먹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수육이라면 덩어리로 삶은 게 더 맛있지 않겠냐"며 "(급식은) 학교의 경영상 학교별로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 있고 전문지식을 가진 영양교사가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판단하는 재량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거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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