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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이유는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형평성이다, 지속 가능성이다, 부작용이다.
하지만 군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번역된다.
"결국 정치싸움 아닌가."
현장을 보면 그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남해군수는 더불어민주당, 남해 지역 도의원도 더불어민주당.
반면 경남도의회는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다.
이 단순한 구조만 봐도 왜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뒤틀렸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누가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느냐"가 먼저 계산된 것이다.
군민은 살아야 하고, 정치는 이겨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남해군민에게 '더 받기 위한 돈'이 아니다.
'버티기 위한 돈'이다.
작황은 매년 요동친다.
인건비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오른다.
가게 매출은 계절마다 들쭉날쭉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몇십만 원의 기본소득은 사치가 아니라 숨구멍이다.
그런데 이 숨구멍을 정치가 가로막고 있다.
도의회는 말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
"남해만 혜택을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군민들은 훨씬 솔직하다.
"남해가 민주당이라서 싫은 거 아니냐."
"서울이 민주당 정부라 우리 같은 지역에 눈 흘기는 것 아니냐."
"서로 으르렁대다가 왜 우리 삶을 내던지느냐."
군민들이 보기엔 이유가 너무 단순하다.
정치가 지역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지역을 들러리 세워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말이 왜 있는가.
고래는 멀리서 보면 위엄 있고 웅장하다.
하지만 새우는 고래의 의도 따위 모른다.
고래가 스쳤을 뿐인데, 새우 등은 터진다.
정치는 지금 그 고래들처럼 움직이고 있다.
서울은 서울 정치에 몰두하고, 경남은 경남 정치에 몰두하고, 정당은 정당 싸움에 몰두한다.
그러는 사이 남해군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냥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사는 것' 자체가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 단순한 진실이 왜 이렇게 멀리 돌아서야 하는가.
군민들은 바라는 게 많지 않다
군민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메시지도, 정치인의 멋진 연설도 아니다.
딱 한 가지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버틸 수 있게 해달라."
남해는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은 떠난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경제는 빠르게 식고 있다.
그런 남해가 국가 전략사업 시범지로 선정된 건 기적 같은 기회였다.
그런데 이 기회마저 정치적 줄다리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군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책이 엎어진 게 아니라, 정치가 군민을 버린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치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정치는 원래 이런 말을 해야 한다.
"군민이 살 길을 먼저 찾겠다."
"정당보다 지역이 먼저다."
"정책보다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당의 입장이 있다."
"중앙의 시그널을 봐야 한다."
"부담이 크다."
정치가 말하는 부담은 예산이고, 군민이 말하는 부담은 생존이다.
두 부담의 무게를 같은 저울에 올려놓는 순간, 이미 답은 정해진다.
정치는 결국 군민을 이끌지 못했고, 군민은 다시 스스로 버텨야 하는 싸움 속에 내몰렸다.
이제 싸움의 중심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당이 아니라 책임이고, 명분이 아니라 해결이다.
남해군민들은 더 이상 정치의 실험대가 되어선 안 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특정 정당의 사업이 아니다.
이념의 사업도 아니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고래 싸움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새우 등이 또 다시 터지도록 둬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누군가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
군민들은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남해=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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