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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의 변화이다. 많은 이들은 "바둑이라는 세계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I는 바둑계에 새로운 균열과 변화를 불러왔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학습 방식의 혁신'이었다. 현재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은 2019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의 압도적 성장 뒤에는 AI와 함께한 훈련의 결과가 있었다.
신진서 9단은 올해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AI에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AI는 나를 더 채찍질하고 열심히 하게 만든 1등 공신이다. AI 추천 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상상하고 계산하며 발전시키는 게 진짜 공부다. AI 덕분에 바둑이 더 재미있어졌다."
소설가 장강명은 그의 저서 『먼저 온 미래』에서 AI가 바둑계에 불러온 변화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AI 학습이 본격화된 이후 프로 기사들의 기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이를 '민주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정상급 기사들과 중하위권 기사들 사이에 존재하던 실력의 벽이 완화되었고, 집에서도 최정상급 AI와 대국을 반복하며 훈련할 수 있게 되자 경기력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남녀 기사 간의 실력 차이 역시 좁혀졌으며, 바둑이라는 종목의 평균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AI 도입 이후 바둑에 '기풍(棋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학습이 천편일률적인 초반 포석을 만들어낸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반부의 치열한 전투와 수 선택 과정에서 여전히 개별적인 스타일이 나타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바둑의 세계에서 AI는 말 그대로 '신(神)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데이터 기반 바둑 실력 랭킹 시스템 '고레이팅'에서 세계 1위 신진서 9단의 점수가 3864점인 반면, 알파고 제로는 5,185점으로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의 장밋빛 시대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AI가 바꿔놓을 우리 사회의 모습과 심리적 변화를 미리 살펴보자는 것이다. 누군가는 AI를 거부하고, 누군가는 열렬히 환영하며, 또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바둑계가 이미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에도 AI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떤 이는 "이건 신세계"라고 외치며 모든 이가 AI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는 챗GPT를 몇 번 사용해보고 "생각보다 새롭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떠오른 것이 있다. 스위스 태생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말한 변화 수용의 5단계, 즉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다. 어떤 사람은 기술을 부정하고, 어떤 사람은 변화에 분노하며, 또 누군가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서 타협한다. 그리고 종종 우울과 혼란이 찾아온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고민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이 변화의 시기를 겪어내야 한다.
최근 혁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EO 스튜디오에서 AI 및 창의성 분야 전문가 제레미 어틀리 스탠퍼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AI 시대의 창의력 훈련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조언을 제시한다.
첫째, AI에게 답을 묻지 말고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를 물어라. 둘째,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협업하는 팀메이트로 대하라. 셋째, 텍스트 입력을 넘어 음성 기반 상호작용을 활용하라. 넷째, 처음 나온 전형적인 답에 머무르지 말고 더 나은 결과를 계속 요구하라.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AI를 '사용'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곁에는 AI뿐만 아니라 동료와 이웃이 있다. 우리는 동료와 이웃의 손을 놓지 않고, 이 변화의 시간을 함께 건너야 한다. 때로는 부정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우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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