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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 한 독립서점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최화진 기자 |
도서관법 개정으로 사서(司書) 배치 기준이 강화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작 이를 맞출 인력·예산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자치구에서는 공립 작은도서관이 운영은 되지만 등록되지 못한 '유령 도서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전의 작은도서관 폐관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 같은 구조적 관리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작은도서관은 전체 221곳 가운데 21곳이 문을 닫아 폐관률 9.5%로 전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4.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도서관법 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도서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립 작은도서관에도 전담 사서 1명을 반드시 배치해야 등록할 수 있게 됐으며, 이 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적용됐다.
법 개정 시점부터 시행까지 2년 가까운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대전시는 사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결국 공립 작은도서관을 사서 배치 여부에 따라 '등록'과 '미등록'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전 전체 공립 작은도서관 50곳 가운데 등록된 곳은 6곳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별로 보면, 동구는 등록 1곳·미등록 1곳, 유성구는 등록 1곳·미등록 9곳이다. 중구는 공립 작은도서관 16곳이 모두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해 전면 미등록으로 판정받았고, 서구 역시 4곳 모두 미등록으로 분류됐다.
특히 대덕구의 상황은 심각성이 더 크다. 18곳의 공립 작은도서관 가운데 사서 기준을 충족한 곳은 4곳뿐이며, 나머지 14곳은 사서를 확보하지 못하자 미등록 절차조차 밟지 않고 아예 도서관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 때문에 14곳은 운영 중임에도 문체부의 운영 통계에 잡히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휴·폐관으로 분류돼 대전의 폐관률 전국 1위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 됐다.
미등록 상태는 단순한 행정 분류의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문체부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공모사업 선정에서도 제외된다. 도서관 정책평가 대상에서도 빠져 우수기관 선정과 인센티브 확보도 불가능하다. 즉, 등록 실패는 곧 예산·평가·지원 전반에서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공공서비스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44곳의 대량 미등록 시설은 이 사각지대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럼에도 시는 긴축재정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시의 작은도서관 운영 사업비는 2023년 4억 5400만 원에서 2024년 4억 4400만 원으로 소폭 줄었고, 내년 예산안은 4억 원으로 더 삭감됐다. 법은 강화됐지만 인력과 예산은 뒷받침되지 않는 모순이 시민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주민 학습·돌봄·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생활밀착형 공간이다. 대전 곳곳에서 등록조차 하지 못한 채 유령 도서관으로 남아 있는 시설이 늘어나는 지금, 시와 구의 대응 부재는 지역 문화 기반 전반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전시 관계자는 "사서 인력을 추가한다는 것이 단순히 예산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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