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흙사발을 제단에 드리고자
일생을 홀연히 바치신 빗살무늬 예술혼
흙의 혁명, 공기의 반란, 공허한 낙화 이후
잔설로 남은 여운 목이 타는 열매의 강
오름새 가마에서 일어난 제 8일의 창세기
불길로 들어간 후 예정을 벗어난 생(生)
겉 터진 항아리며 백골이 된 마음의 향(鄕)
죽어서 영원히 사는 천지창조의 숨결이다
당신의 성작(聖爵)은 성전의 주벽(主壁) 되고
천만년 양식 담아 만 영혼을 살리시니
부활한 흙의 그리스도 *십사처를 순례한다.
*십사처 :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과정의 고난행진 14처를 십자가의 길이라 하며, 임이 다니신 성당에 도자기 작품으로 완성하여 모셔놓았기 상징적으로 봄.
<시작노트>
대전 토박이 이종수 도예가는 이화여대 교수를 지내다가 진정한 도예가는 강단보다 흙속에서 작품으로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교수직을 떠나 고향인 대전의 흙으로 돌아와 직접 오름새 가마를 짓고 불을 피우고 도자기를 만들어 한국 최고수준의 예술도자기 작품을 만들기에 일생을 바쳤다. 흙과 유약과 공기와 불과 함께 살아가며 자연의 창조자가 되고자 기도하며 도자기를 굽고, 가마를 열어서는 고해성사를 보듯이 작품을 선별하여 수준에 미달하는 도자기는 모두 깨버려서 '도자기를 깨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이응노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작품을 보고 볼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계획을 벗어난 신(神)의 작용이라'는 신비한 비경임을 확신하고 돌아와 바로 이 시조를 썼다. 선생의 작품에는 햇빛과 흙손과 피와 기도와 고뇌와 향기와 전율이 흐른다. 「겨울열매」 「잔설의 여운」 「마음의 향(鄕홀)」 「경(景로)」과 「맥(脈)」 생성의 맥이 흐르는 선생의 작품을 진정으로 감상한 사람은 누구나 이토록 고매한 작품을 혼자 볼 수 있는 마음을 홀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죄스러울 만치 감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선생은 호로 예술을 하시다 홀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영원한 작품으로 산다는 신념이 있었을 것이니 결코 외롭지 않으실 것이다. 대전광역시에서 선생의 고향마을인 소제동에 <이종수 도예관>을 건립하고 있는 중인데 너무나 바람직하고 당연한 일임을 확신하며 기대한다.
박헌오/(사)한국시조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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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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