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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만땅] 수양대군이 쓴 밭 전(田)자에 왕이 될 운명이…

[원종문의 오복만땅] 61.이름과 파자

원종문 명인철학원 원장

원종문 명인철학원 원장

  • 승인 2017-08-04 11:37
▲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
▲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


우리는 이름을 쓸 때 한글로도 쓰고 한자(漢字)로도 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대부분이 한자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언어를 표현하는 글자도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여 같이 쓰고 있는 것이다.

한자(漢字)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글자마다 지니고 있는 뜻이 다르고, 여러 글자가 모여 한 글자가 되기도 하는데 구성되는 각각의 뜻들이 모여 한글자의 뜻이 된다.

名(이름 명)자는 저녁 석(夕)자와 입구(口)자 두 글자가 합쳐진 글자로 낮에는 모습을 보고 개인을 구분하지만 저녁이 되면 어둡기 때문에 눈으로는 개인의 구분이 어려워 입으로 이름을 불러서 각각의 개인을 구분함으로 이름 명(名)자가 만들어 졌다.

생각 사(思)자는 밭전(田)자와 마음심(心)자가 합성되어 “마음의 밭”이 생각 이라는 뜻이 되고, 밝을 명(明)자는 낮을 밝게 하는 태양인 일(日)자와 밤을 밝게 하는 달(月)을 합하여 낮과 밤을 밝게 비추는 두 글자를 합하여 밝을 명(明)자가 되었다.

이렇게 글자의 뜻으로 앞으로의 운명을 예측하는 것을 파자 점(破字 占)이라고 하는데 1453년 계유(癸酉)년에 서울에 홍무광(洪武光)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 점을 봐주고 생계를 이어갔는데 특히 파자 점을 잘 봤다.

앞 못 보는 맹인이라 그는 네모난 나무판위에 부드러운 흙을 담아놓고 점을 보러온 손님이 마음대로 흙 판에 글자를 쓰면 손으로 더듬어 글자를 읽고 길흉을 예언했는데 수양대군(首陽大君)이 그 앞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점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오?” 수양대군의 물음에 “거기 흙 판에다가 아무 글자나 생각나는 대로 쓰시면 됩니다.”

수양은 흙 판이라 무심코 밭전(田)자를 썼다.

홍무광 이 더듬더듬 글자를 더듬더니 “밭 전자를 쓰셨군요. 태양이 나란히 두 개이니 임금이 둘이라 역적지상(逆賊之象)입니다”라고 하였다.

열세 살인 어린 임금 단종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기위해 은밀하게 세력을 모으며 반정의 기회를 노리던 수양대군은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으나 정색을 하고 시치미를 떼며 “에이 무슨 그런 큰일 날 소릴 하시는가? 다시 잘 좀 봐주시게 하며 또 田자를 썼다.

“이번에도 또 밭 전자를 쓰셨군요. 사방으로 입이 네 개이니 여론이 두렵습니다”라고 하였다. 최 측근의 몇 명만 알고 있는 현재의 단종 임금을 제거해 정권을 잡으려는 계획을, 앞도 못 보는 장님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 조카 단종에게 왕좌를 강제로 빼앗았다고 백성들의 여론이 나빠져 민심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수양대군은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홍무광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그래 어떻게 해야 하려는 일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하고 진지하게 물으니 홍무광 이 대답하기를 “그야 쉬운 일이지요, 좌벌우벌(左伐右伐)하면 될 것 아닙니까?” 하였는데,

수양대군이 흙 판위에 쓴 글자 밭전(田)자에서 좌벌우벌(左伐右伐)즉 왼쪽과 오른쪽 획을 떼어내면 임금 왕(王)자가 된다는 홍무광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수양대군은 당시 영의정 황보인(皇甫仁)과 좌의정 김종서(金宗瑞)를 암살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며 대권을 잡기위해 한명회(韓明澮), 홍윤성(洪允成),권 람(權 擥)등을 심복으로, 홍달손(洪達孫)과 양 정(楊 汀)등의 심복무사를 양성하며 거사준비를 빈틈없이 진행하고 신숙주 등도 포섭하여 1453년 10월 10일로 거사 날을 정했다.

만약 거사가 실패하면 역적으로 삼족을 멸망당하는 일이라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수양은 거사당일 날 아침에 수소문해서 맹인 점쟁이 홍무광의 집을 다시 찾아갔다.

마당 한구석에 앉아서 가을 햇볕을 쬐고 있는 홍무광 을 보고 “몇 일전에 밭 전자를 쓰고 묻던 사람인데 앞일이 궁금해서 한번, 더 물어보러 왔네.” “예. 지금은 흙 판도 없으니 아무 막대기나 주워서 땅 바닥에다 써보시지요”라고 한다.

수양은 주변에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 땅위에다 한일자를 썼더니 더듬어 보던 홍무광이 벌떡 일어나 수양에게 큰절을 하며 “필시 이 나라에 왕이 되실 것입니다”라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홍무광 이 답하길 흙(土)위에 한일(一)자를 썼으니 임금 왕(王)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매우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온 수양은 심복인 권 람 을 불러서 자네 이곳에 가면 홍무광 이란 맹인이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점 보러 왔다고 하고 글자를 써 보라면 한일자를 쓰게, 반드시 한일자이아야 하네,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수양대군은 홍무광을 다시 시험해볼 심산이었다.

수양대군의 심부름으로 홍무광 을 찾아온 권 람 이 시키는 대로 한일자를 쓰고 대답을 기다리자 “오늘은 한일자를 쓰시는 손님이 두 명 째 오셨습니다, 손님이 쓰신 한일 (一)자는 산다는 글자 생(生)자의 마지막 획이고, 죽는다는 글자 사(死)자의 시작하는 획이니 당신을 낳으신 당신어머니가 돌아가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별 미친놈 하고 돌아와 수양대군에게 그대로 전하자 혹시 모르니 빨리 권람을 고향에 가보라고 보냈는데 황급히 고향에 가보니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하직한 뒤였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란은 이날 성공하지만 심복 중에 심복이었던 권람은 어머니 초상을 치르느라 이날의 거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평생 부르고 쓰는 바르고 좋은 이름을 지으려면 각 글자들의 파자법도 깊이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글자의 획수에 따른 수리학(數理學)의 깊은 지식도 있어야 한다.

원종문 명인철학원 원장

원종문 명인철학원 원장은 한국동양운명철학인협회 이사, 한국작명가협회 작명시험 출제위원장, 국제 뇌교육 종합대학원 대학교 동양학 최고위과정 성명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명리학 전문과정과 경희대 성명학 전문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름 전문가’로 활동하며 ‘한국성명학 총론’, ‘명학신서’, ‘이름과 성공’ 등의 저서를 발표했습니다. 문의 010-6891-7897. 사무실 042)223-7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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