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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임(維妊:임신을 유지함) 정책을 부탁해!

한세화 사회부 기자

한세화 기자

한세화 기자

  • 승인 2018-11-20 15:09

신문게재 2018-11-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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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한세화 기자
지난해 7월, 딸을 출산한 지 13년 만에 둘째를 낳았다. 주변에선 아들 욕심에 늦둥이를 낳았다며 나름대로 판단했다. 드론으로 택배를 받는 세상인데 당황스러웠다. 첫아이 출산 후 3번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첫 번째는 의사의 권유로, 두 번째는 존재를 알자마자, 마지막엔 심장 소리까지 듣고…. 10년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대학원 진학도 "둘째 낳고 해야지", 감기약도 '둘째 준비하는 데 혹시…', 집안 창고에 방치된 첫아이 장난감과 육아용품들도 '둘째 낳으면….' 모든 대소사를 아기에 맞추며 희비의 능선을 오르내렸다.

어느 순간, 내 몸의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 헌혈에 버금가는 혈액을 뽑아가며 검사한 결과 '자가면역계 이상' 소견을 받았다. "다른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 나에겐 욕심이구나" 생각하며 포기하고 지내던 중, 또 다시 기쁨이 찾아왔다. 하지만 임신에 부적합한 몸이었기에 초기부터 의사의 처방을 따라야 했다. 3주에 한 번 면역균형 링겔을 맞았고, 출산 전날까지 항응고제 배주사를 내 손으로 맞았다. 임신 막달쯤엔 배 전체에 시퍼런 멍이 들었고, 주사 꽂을 데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매일 복용하는 반움큼 쯤의 처방약도 고역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임신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기적 그 자체였다. 시간이 흘러 배는 터질 듯이 불렀고, 떡두꺼비(?) 같은 보물을 품에 안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내 경험에 비추어 저출산 관련 국가지원 사업에 모순을 느낀다. 난임은 체외수정(시험관 시술) 최대 7회에 인공수정 3회 등 지원사업이 있는데, 임신 유지가 필요한 유임(維妊)에 대한 정부지원은 사실상 없다. 임신 22주부터 조산 기미가 보여 입원 치료하며 사용된 자궁수축억제재 등의 처방약 비용으로 1800여 만원을 냈다는 지인의 경험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나 역시 임신 유지에 사용된 의약품 대부분 비급여로 1000만원에 육박하는 병원비를 지출했다. 당시 내 담당의는 태어나기도 전에 돈을 많이 쓴 녀석이라며 '금동이'라는 태명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임신 기간 내내 금동이 엄마로 살았다. 정말 "돈 없으면 애 못 낳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지 않은가.

유임(維妊) 산모는 상당수가 둘째 이상 출산을 경험한 경산모다. 임신을 계획했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뭣 모를 때 갖는 첫아이와 달리 엄마로서의 경험적 스킬과 사랑이 충만한 상태다. 그만큼 그로 인한 유산의 아픔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유임 산모들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가 절실한 이유로 충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기준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2800명(9.3%) 감소한 2만7300명이다. 2015년 12월부터 33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인구 절벽' 대한민국의 20년·30년·4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난임 부부의 간절함 이상으로 유임 산모의 지원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하지 않을까.
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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