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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우리들의 비극을 끊어주세요… 발달·중증장애인 가정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유혜인 학생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22-05-30 10:53
유혜인
유혜인
"나 버렸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대사다. 극 중 다운증후군을 앓는 언니 영희(정은혜)가 쌍둥이 동생 영옥(한지민)을 향해 소리친다. 어린 나이에 사고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장애를 앓는 언니를 책임져야 했던 영옥은 영희를 지하철에 두고 내린다. 하지만 끝내 영희를 버리지 못했다. 영희가 아무것도 모른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5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다.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마련한 것이다.



앞서 23일 오후에는 한 40대 엄마가 발달 장애를 앓는 6세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같은 날, 30년간 돌보던 중증장애인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엄마도 있다. 또, 돌봄에 지친 싱글맘은 딸을 남겨 둔 채 목숨을 끊었고, 말기 암 환자인 엄마는 딸을 살해한 뒤 자수했다. 지난해에는 아버지가 발달 장애 아들과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본인도 뒤따라가기도 했다.

'신은 조금 아프거나 특별한 아이를 세상에 보낼 때, 이 특별한 선물을 감당할 만큼 착하고 큰 사람을 고른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의 부모가 영옥에게 한 말이다. 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은 어느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인데, 아픈 자식이라면 얼마나 더 애틋하고 갸륵할까. 하지만 그들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다.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의 경제활동이 불안정해진 발달 장애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심적인 문제도 크다. 서울복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 가족돌봄자의 36.7%는 우울·불안 문제를 겪고 있고, 35%는 실제 극단적 선택을 떠올리거나 시도했다.

자식을 혼자 두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마음이 편한 장애인 보호자들. 그들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 요구는 이미 계속됐다. 그러나 올해 5월 3일 발표한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발달 장애 영역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희망이다. 장애인을 위한 제2차 세부 종합 계획으로 희망을 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복지 슬로건은 '필요한 국민께 더 두텁게 지원하겠습니다'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반영된 문구다. 취약계층의 절박한 생계를 생각하면 두터운 지원은 꼭 필요하다. 전향적인 정책들을 살펴보면 사회서비스와 돌봄 복지의 고도화, 필수·공공의료체계 확충 등이다. 여기에 얼마나 더 세부적인 계획이 세워질지는 모르겠으나,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이번 정부는 국가와 사회가 떠넘긴 돌봄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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