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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R&D 예산 5%' 의무 편성 필요하다

  • 승인 2024-12-22 14:56

신문게재 2024-12-23 19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상흔은 한 해가 저물도록 아물지 않는다. 'R&D다운 R&D 재정'은 납득이 잘 안 가는 설명이었다. 늘어난 내년 예산에서도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 기반 구축 사업 예산의 경우, 70억 원에서 7억 원으로 당초보다 90%가 잘려나가기도 했다. '야당표 감액 예산안' 통과가 이번엔 문제시된다. '추경'을 해서라도 살릴 부분이다.

R&D 예산 5% 이상 의무 편성을 규정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나온 배경에 공감한다. 중장기 투자전략과 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무시는 법 이전에 과학기술 철학 부재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인 조승래 국회의원(대전 유성갑)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내우외환과 천재지변,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가 아니면 준수하도록 예외 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예산 14.7% 삭감 파동에 기인한 연구 현장의 혼란과 시련을 반추해볼 때도 헌법 76조 수준에 맞추는 게 맞다.



혁신적 연구개발 예산이 급증하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추세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 2000년 이후 제법 높게 유지되던 연구개발 투자 증가 의지가 절대 꺾여선 안 된다. 근거 없이, 예산에 기생하는 'R&D 좀비' 취급한 건 과학계 모독이었다. 기존의 '정부 재정규모 조정 등' 어떤 이유로도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 환경 개선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발의된 개정안은 R&D 예산을 재정 여건에 따라 조정할 여지 있는 재량지출에서 의무지출로 만든 셈이다.

국정과제를 들춰보면 '정부 총지출 대비 R&D 예산 5% 수준'은 이미 의무지출처럼 명시돼 있다. 그러고도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예산을 축소했다. 주요국들의 연구개발 전략 방향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도 개정안은 입법 타당성을 지닌다. 무분별한 감축을 막는 방어적 입장보다는 GDP 대비 R&D 비중, 즉 'R&D 집중도(intensity)'의 상향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이란 점에서다. 과기 생태계를 위해 투자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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