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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어디까지 가 봤니?] 옛스러움 고이 간직한 원정역, 영화 촬영장소였던 두계천 이곳이 대전이라고?

도심과는 아주 다른 시골 마을 풍경 간직한 곳
2006년 폐역으로 지정됐지만 사람들 발길 꾸준
대전과 충남 잇는 두계전 물 돌아 나가는 무도리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2-07-25 09:29
이 기획은 숨겨진 대전의 명소를 찾기 위해서다. 대청호부터 계족산, 한밭수목원 등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많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장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소소하게 이름난 지역의 명소를 찾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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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원정동을 진입하는 길.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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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폐역으로 지정된 원정역. 적색 벽돌과 기와 지붕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중앙 문은 나무판에 봉쇄됐다. 사진=이해미 기자
세 번째 명소 찾기는 철길 따라 물길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이곳이 대전임을 알게 해주는 이정표가 곳곳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길 하나 차이로 과거로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흔히 대전 시민들이 아는 서구는 가장 번화한 대전의 도심이다. 계획된 도시답게 둔산동을 중심으로 오와 열을 맞춰 반듯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세 번째 명소로 선정해 찾아갔던 서구 원정동과 무도리는 도심이 아닌 시골 풍경이 남아 있다. 충남 계룡시와 유성구의 경계에 숨어서 아는 사람들만 아는 동네였다.



▲원정역(서구 원정동 방앗간길)=서구에 '폐역'이 있다는 것은 난생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계룡역과 흑석리역 중간으로 호남선 네 번째 역이다. 1955년 간이역으로 출발해 1970년 보통역으로 승격됐지만, 인구 감소로 14년 만에 무배치 간이역, 2004년에는 여객 취급이 중지됐다. 이후 2006년 결국 폐역이 됐다.

역(驛)으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원정역 앞 철로에는 여전히 열차가 스쳐 간단다. 그래서일까, 문득문득 원정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소소하게 출사 명소로 이름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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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간판임을 보여주듯 색이 바래고 일부분은 훼손되기도 했다. 사진=이해미 기자
원정역에 가기에 앞서 바로 전 역인 흑석리역부터 가보기로 했다. 흑석리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수원네거리에서 장태산휴양림 방면으로 진입해야 한다. 가다 보니 가수원역 간이역도 있고 노루벌로 진입하는 길도 있었다. 흑석리역은 기성동에 있다. 현재는 열차가 운행되지 않아서 역은 잠겨 있었지만, 향후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가 운행되면 흑석리역과 가수원역에도 정차해 지금과는 달리 활기찬 모습으로 바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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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역 측면에서 본 마을. 사진=이해미 기자
흑석리역에서 나와 원정역으로 향했다. 이 구간은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원정동으로 진입하는 구간부터 공사장 트럭들이 수없이 오갔다. 지도를 살펴보니 평촌산업단지와 방동교차로에서 시작하는 평촌산단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원정동을 구경하면서 사람보다 공사장을 오가는 트럭을 더 많이 봤다는 것은 진실이다.

무사히 도착한 원정역은 아담했다. 적색 돌벽돌과 기와로 지어졌는데 여름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예쁜 역사였다. 폐역이다 보니 정문은 나무 판에 봉쇄돼 있었고, 지붕 안쪽도 훼손돼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다. 역사 오른편에는 철길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이 있지만, 안전을 위해 철조망으로 차단돼 진입할 수는 없었다.

한참 역을 구경하다 보니 하행선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다닥 달려갔는데 열차 편성이 짧은 열차였는지 금세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 돌아서는 순간 이번엔 상행선 방향으로 열차가 지나갔는데, 이 또한 놓쳤다. 원정역은 역사 내부를 볼 수 없어서 외벽만 바라봐야 했지만, 아주 오래전 봤던 역사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꽤 정감 있었다. 원정동 마을은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소담하고 예쁜 동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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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역 옆으로 철길로 들어가는 길이 있지만, 폐역으로 지정되면서 철조망에 막혔다. 역사에 열차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인상적이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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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아래서 내려다본 원정 마을. 사진=이해미 기자
▲무도리=원정역에서 7분 정도 두계천을 따라가면 무도리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손예진과 조승우, 조인성이 출연했던 영화 '클래식'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하루 전 영화 클래식을 다시 보며 동네 곳곳의 모습을 되새기고 찾았는데, 세월이 흘러도 너무 많이 흘렀는지 영화 속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무도리라는 마을의 이름은 두계천이 돌아 나간다는 뜻인데, 실제 지도나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면 둥글게 곡선 형태로 휘어진 길과 두계천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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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계천은 충남과 대전을 이어주는 지방하천이이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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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돌아 나간다는 뜻인 무도리 마을. 하천과 길이 모두 둥글게 휘어져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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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물이 많았던 두계천. 사진=이해미 기자
영화 클래식에서 무도리와 두계천은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 손예진과 조승우가 과거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처음 만났던 곳이 두계천이고,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반딧불이를 보던 곳 또한 두계천에서 촬영됐다. 그리고 현재로 넘어와 손예진과 조인성이 다시 두계천을 찾아와 과거의 모습처럼 반딧불이를 보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두계천의 물은 맑다. 수심이 낮은 지대기도 했지만 폭이 꽤 넓어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여름이면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아쉬웠던 점은 원정역이나 무도리나 오가는 사람들이 뜸했다. 워낙 작은 마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원정역에서 무도리를 돌아 나오니 방동저수지 인근이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소담했던 여정이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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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식에서 조승우와 손예진이 처음 만났던 장소는 어디일까. 시간이 오래 지나서 영화 속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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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파노라마로 찍어보았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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