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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적인 체조스타 2명을 보유했는데도 국제대회 배제라니”…안성국 제천시체육회장의 이유 있는 항변

‘2027 하계U대회’, 청주 5개 종목·충주 4개종목 배정…충주 인근도시 제천 ‘0’
“스포츠 생명은 ‘공정성’인데”…충북도는 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나
경제 등에서 늘 소외됐던 제천, 스포츠에서도 홀대…“상여 시위도 추진할 것”

손도언 기자

손도언 기자

  • 승인 2023-06-05 10:37
  • 수정 2023-06-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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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됩니까." 안성국 제천시 체육회장은 "2027 하계U대회 '제천 체조경기 배제'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번엔 스포츠다. 충북도가 제천시의 자존심을 또다시 건드렸다. 도가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게임'을 강조하는 스포츠 정신까지 건드리자, 제천시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시민들의 이유있는 분노다. 특히 제천시체육회는 충북도를 찾아 '상여시위'까지 벌일 기세다. 2027 하계U대회 '제천 체조경기 배제' 얘기다.

시는 현재 '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민선 8기 출범 후, 핵심공약 중 하나다. 스포츠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없던 제천지역에서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도 스포츠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다. 시는 올해만 회장기 대회 등 80여개의 전국단위 스포츠 행사를 치렀거나 앞으로 치를 계획이다. 내년에는 100여개의 전국 단위 대회를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시민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단위 대회뿐만 아니라 도 단위 대회까지 합치면 더블스코어 이상의 스포츠 유치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도가 제천시의 스포츠 마케팅에 찬물을 끼얹었다. 충북도는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 유치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제천시에 단 한 종목도 배정하지 않았다. 충북도가 다른 종목도 아닌, 전국 최강을 자랑하고 있는 '제천 체조'를 무시한 채, 2027 하계U대회 체조경기를 청주시로 배정한 것이다. 다른 경기는 몰라도 체조만큼은 제천시에 배정했어야 한다는 게 제천시민들의 견해다. 뿔난 제천시민들의 분노는 지난달 16일 도지사 도정보고회에서 결국 터졌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날 제천시청 앞에서 시민 500여명에게 둘러싸여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시민들은 '도지사는 소통을 단절하고, (충북도)대변인은 대체 뭐하는가'라는 피켓 등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때, 제천시체육회가 시위 최선봉에 섰다.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한창이던 5월 말, 제천시체육회 사무실에서 안성국(52) 제천시 체육회장을 만났다. 안 회장은 "누구와 맞서 싸우고 싶지 않고, 투쟁하고 싶지 않지만 당당하게 겨뤄야 할 스포츠 정신이 훼손되는 것은 차마 볼 수 없었다"며 당시,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제천 체육 꿈나무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울산시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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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는 세계 체조 스타 2명을 보유한 도시입니다." 안성국 제천시 체육회장이 제천시의 체조 인프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다음은 일문일답



- '도지사 항의시위', 어떤 배경이었나.

▲제천은 하계 U대회에서 한 경기도 배정받지 못했다. 보름전, 2027 하계U대회와 관련해 제천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김영환 충북지사 상대로 규탄대회를 연 것이다. 당시 도지사는 (2027 하계 U대회 제천 체조 배정에 대해)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보름이 지난 후, 결국 말뿐이었다.

-제천시체육회의 입장은?

▲빠른 시일 내에 '문서화'로 된 하계 U대회 제천 체조 배정에 대한 답변을 충북도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음단계로 넘어설 수 있다. 제천은 그동안 충북도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 정치, 경제 등은 물론이고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스포츠까지 패싱 당한 기분이다. 스포츠만큼은 정정당당해야 한다. 그런데 충북도는 정정당당하지 않았고,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청주시와 경쟁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청주시가 통 크게 양보해 줬으면 한다. 사실, 청주시는 그동안 야구와 배구 등 프로 대회를 치러왔다. 청주체육관 등 국제대회도 열 수 있는 체육관 등도 청주시에 집중돼 있다. 충북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장만 봐도 거의 청주시민이 독점하고 있다. 제천시는 청주시보다 모든 면에서 '체육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초'만큼은 다르다. 청주시, 충북, 전국을 넘어 세계 최강임을 자부한다. 그래서 청주시가 충북 체육발전이라는 큰 안목으로 체조경기를 양보해 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체조 배제'에 대해 불공정한 게임으로 보고 있나.

▲당연히 그렇다. 충북도나 충북도체육회, 청주시, 청주시체육회 등에게 불공한 게임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특히 도지사 도정보고회에서 당시 김영환 지사님께 불공정한 배정이라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제천은 충북의 다른 시·군보다 여러 면에서 소외받고 있다. 충북 북부지역이 홀대받고 있다'는 것을 건의했다. 이런 시점에서 체조경기가 제천에서 추진된다면 그나마 덜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정한 게임을 생명처럼 여기는 스포츠마처 홀대 받았다. 그리고 서운함은 현실이 됐다. 그래서 더욱 서운한 감정이다.

-또다른 서운함은 없나.

▲정치권이다.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 의원들은 제천시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제천출신인 충북도청 관계자들도 제천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스스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숙소와 경기장, 체조 인프라 등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제천시를 다시한번 살펴봐 줬으면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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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국 제천시 체육회장(왼쪽)과 박헌영 제천시체육회 사무국장이 2027 하계U대회 '제천 체조경기 배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선수 숙박시설 등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다.

▲합리화시키기 위한 말로 들린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27 하계U대회에서 5개 종목이 청주에서 진행된다. 제천과 인근도시인 충주는 조정과 태권도, 유도, 배드민턴 4개 종목을 유치했다. 그러나 제천은 세계적인 체조선수 2명을 보유하고도 '체조 경기'를 배정받지 못했다. 숙소가 문제라면 할 말은 많다. 전국 최대규모의 리조트가 제천지역에 있다. 리조트 안에는 호텔도 들어서 있다. 대규모 리조트 시설은 전국 최고다. 그리고 선수와 코치 등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모두 배제된 것 같다. 충주와 제천 간의 거리는 시간적으로 볼 때 40분 거리다. 매우 가까운 이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충주는 4종목을 배정하고 제천시는 단 한 건도 배정하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게임으로 볼수 밖에 없다.

-'제천 체조'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제천시는 새로운 도마의 신(神)과 도마의 요정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2021년 8월, 우리나라 체조 역사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일본 도쿄올림픽 체조 도마에서 제천시청 신재환이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체조 원조 스타 양학선이 '도마의 신'이라면 신재환은 '신(新·새로운) 도마의 신(神)'으로 불리고 있다. 13만 5천여명의 작은 도시인 제천시가 세계 최고의 '체조 도시'로 급부상한 것이다. 시가 새로운 '도마의 신(神)'을 보유한 것이기도 하다. 신재환의 경쟁력은 사실, 엄청나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1개의 가치가 전부는 아니다. 그로 인한 파급력은 제천 및 충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체조의 지형을 변화시켰다. 당시 신재환이 일본 도쿄 미디어센터에서 '제천시장'을 찾았다. 제천시민이라면 누구나 큰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다. 시는 또 일본 도쿄올림픽 도마부문 동메달리스트 여서정 선수를 영입해 여자체조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이로써 제천시청 체조팀은 신재환(남자체조팀), 여서정(여자체조팀) 2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소속돼 있는 국내 최고의 체조팀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적인 체조 스타 2명이 바로 제천시 소속이라는 얘기다.

-제천의 체조 인프라는?

▲제천시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그리고 체조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체조꿈나무들의 미래 성장력이 좋은 도시가 바로 제천시다. 체조 꿈나무들은 세계적인 체조 스타를 보면 꿈을 키워가고, 스타들의 기술 등을 습득해 가고 있다. 그래서 체조 인프라가 전국 최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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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본 도쿄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이광연 제천시 직장운동경기부 체조 감독(왼쪽)과 신재환 선수.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최종적으로 체조가 청주시로 배정받는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다. 단순한 투정이나 시위를 벌이는 게 아니다. 이 문제의 책임은 불공한 게임으로 만든 충북도에 있다. 그리고 제천시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특히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된다. 전국단위 체조대회도 올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유치했고, 오는 10월에는 외국인을 포함해 '체조 갈라쇼'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2027 하계U대회 체조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어린 체조꿈나무와 시민들의 실망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충북도청 앞에서 집회도 열 계획이다. 집회는 강도높게 진행될 것이다. 상여도 멜 각오까지 돼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까지 안 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

▲스포츠는 공정함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싸움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공정하게 겨뤄보자는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충북도는 제천시의 '체조 인프라'를 면밀하게 살펴봐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숙소 등의 문제도 정확하게 파악해 보길 바란다. 다시한번 말하면 스포츠는 공정한 게임을 생명으로 한다. 공정한 배정을 기대한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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