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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이슈현장] 집중호우에 속수무책… 낮은 지반에 폭우 취약

충청권 22명 사망… 재산피해 3000억 원 육박
금강 하류 피해 속출… 제방 붕괴.유실 잇따라
낮은 지대에 빗물 배출 안 돼 침수 되풀이 돼
금강 하류 67% 펌프시설.강제 배출까지 필요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3-07-26 17:37

신문게재 2023-07-27 10면

충남 논산 연산면의 돈암서원(遯巖書院)은 조선 중기 유학자 사계 김장생(1548~1631)을 추모한 우리나라 예학의 산실이다. 고종 3년(1865년) 모든 서원을 철폐하라는 명령에도 현판을 내리지 않았을 정도로 존숭을 받던 돈암서원이 고종 17년(1880) 사원을 지금의 자리로 옮기는 대공사를 벌였으니, 그 이유는 지대가 낮아 홍수 때에는 물이 뜰까지 넘쳐오는 침수문제 때문이었다. 돈암서원은 이번 폭우 때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금강 중.하류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950억 원 상당의 홍수피해를 매년 겪는 중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돌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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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집중호우가 내리며 공주 옥룡동 마을이 침수됐다. 골목 곳곳에는 주차돼 있던 차량이 물에 잠긴채 멈춰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극한 호우 피해액만 3000억 원

충청권을 휩쓸고 간 집중호우로 인한 상흔이 깊다.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충청권에서만 22명이 숨졌고,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재산피해가 났다. 7월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인명피해를 보면 이번 호우로 전국에서 47명이 숨졌다. 부상은 35명이며, 실종된 3명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충청권에서는 7월 9일 이후 폭우로 인한 충청권 재산피해는 약 296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충남에서만 공공·사유시설 2127건이 침수 및 유실됐고, 농작물 2954㏊, 농경지 유실 54ha 등 1873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도가 파악한 재산 피해액은 공공시설 1274건, 농작물 피해 3149㏊ 등 970억 원가량이다. 세종시의 잠정 피해 금액은 125억 6700만 원이다. 2002년 금강유역에서는 홍수피해로 21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이재민 5193명, 417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년간 매년 연평균 1933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332㏊가 침수되었으며 949억 원의 재산피해를 겪는 중이다. 각 지체는 폭우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긴급 응급 작업에 한창이다. 충북과 충남의 파손이나 침수로 피해를 본 시설의 응급 복구율을 각각 79%와 8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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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인명피해를 비롯한 산사태와 침수 등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16일 충남 청양군 목면의 하천 제방이 무너지며 축사와 논밭이 물에 잠겨 있다. 이성희 기자
▲제방 무너진 금강 원인은

집중호우로 금강 중·하류 지역에 피해가 속출했고, 유독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침수와 이재민 사태를 초래했다. 15일 낮 12시 40분께 공주 제민천이 범람하면서 금강과 합류하는 지역인 공주 공산성과 옥룡동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어 16일 새벽 0시 55분께 충남 청양 지천 제방 일부가 붕괴됐고, 인근 지성천이 범람했다. 같은 날 오전 5시 43분께 논산 성동면 논산천 제방이 붕괴됐고, 몇 시간 뒤인 오전 11시께 잇달아 금강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논산천은 대청댐 하류 약 100㎞ 지점에 있으며, 폭우 당시 논산천 유역에는 14일부터 이틀간 300~400㎜의 많은 강우가 내렸고, 대청댐 방류량 증량 이전인 7월 14일 오후 7시 10분께 논산천은 이미 최고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수위에 도달한 이후 논산천의 수위는 저하됐고, 대청댐 방류량을 늘린 7월 15일부터 논산천 수위는 상승 없이 계속 저하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논산천 제방 유실은 전날 최고 수위까지 오른 후 논산천 물 높이가 내려가는 중에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대청댐 방류가 영향을 줬던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호우 경보가 내려진 14일 오후 3시, 초당 1300t이던 대청댐 방류량은 14일 오후 7시께 2500t으로 늘렸다. 최대 홍수 유입 시점인 다음날 15일 새벽 1시부터는 홍수 방지를 위해 집중호우로 유입된 수량의 20% 수준인 초당 1300t을 방류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5일 대청댐에 초당 최대 6578t의 많은 홍수가 유입됐고, 대청댐이 없었다면 초당 5178t의 홍수가 하류로 추가로 내려갔을 것"이라며 "댐 홍수량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고 후속 강우에 대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방류량을 증량했다. 오히려 댐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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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충남 청양군 목면에서 제방이 무너지며 축사가 물에 잠긴 가운데 주민들이 소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77
▲금강보다 낮은 충남내륙 농경지

금강유역 중·하류에서 빚어지는 침수는 결국 내륙에 있는 빗물을 강으로 배출하지 못해 발생하는 침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하천제방을 쌓고 보강사업을 시행한 덕에 강의 빗물이 넘쳐 주택과 농경지를 침수시키는 사례는 감소했지만, 제방 밖 대지의 지반 고도가 매우 낮아 강가 하천의 수위가 상승하면 빗물이 빠져나갈 곳 없이 쌓여 침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2011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발행한 '금강수계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10년 빈도 이하의 홍수 규모에 해당하는 수위 상승이 금강에서 발생하면 주변 유역면적의 20%를 차지하는 1938㎢에서 내수배제가 불가능해 침수가 예상될 정도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대청댐 상류에서는 평균 경사가 30도 이상으로 집중호우 발생 시 급격하게 홍수량이 증가해 빗물에 휩쓸린 토석류 등에 의한 시설물 피해가 발생 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하고, 반대로 금강 중.하류에서는 경사가 없는 평탄지가 하천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지반고도 매우 낮아 침수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강 하류 지역에 비구름이 장시간 머물면서 많은 호우가 발생했을 때 홍수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상류 산지 지역에 단기간의 강우가 집중되었을 경우에 피해가 커지는 양상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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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옥룡동 주민들이 물에 잠긴 마을을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김지윤 기자)
▲20년 빈도 배수펌프장 침수 못피해

환경부가 2023년 발행한 '금강하류 하천 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 하류지역의 저지대는 전체 138곳으로 이중 하천과 수로를 따라 빗물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곳은 46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92곳(67%)은 펌프시설을 갖추고 강제로 배출해야 하는 환경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저지대 138곳에 20년 빈도 강우에 내릴 경우 기준 이상의 침수가 예상되는 곳이 58곳이나 된다. 빗물 자연배제 유역에서는 20년 빈도 강우에 17곳에서 침수되나, 배수펌프장의 강제배제 유역 중에서는 41곳이 24시간 이상 침수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경지 배수시설물 설계기준을 20년 빈도로 적용하고 있다. 100년 빈도의 폭우가 발생하면 금강 하류 저지대 138곳 중에 배수펌프장에 의존한 강제배수 92곳 모든 곳에서 침수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금강 하류 농경지 유역 배수펌프장 58곳에 대해 환경부가 점검한 결과 펌프장 배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검토된 유역은 총 7개소에 이른다. 이 중 2개소는 배수개선사업이 시행 중으로 배수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5개소에 대해서는 능력부족에 따른 증설이 요구됐다. 고창, 산수, 입포, 석동, 서창, 외리, 정동1.2, 석화 배수펌프장에서 20년 빈도 강우에서 예상되는 농경지 유입량을 충분히 강제배출하지 못해 최대 70㎝ 이상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입포배수펌프장 유역은 분당 4440㎥를 배수할 수 있는 시설이 추가로 요구된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임병안·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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