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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교황을 기다리며…

연선우 뉴미디어부 차장

연선우 뉴미디어부 차장

연선우 뉴미디어부 차장

  • 승인 2014-07-21 10:14

신문게재 2014-07-22 17면

“많은 사람들이 왜 '프란치스코'로 불리기를 원했는지 궁금해 합니다.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자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이 제게 축하의 포옹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나는 '가난한 사람'이란 그 말이 참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떠올렸죠. 나에게 있어 그는 가난과 평화,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대변인이었습니다.” 교황이 취임 후 즉위명에 대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교황이 닮고 싶어하는 성 프란치스코(1181~1226)는 중세 이탈리아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무소유의 수도사가 되어 평생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우리에게 '탁발(托鉢) 수도회'를 설립한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속세의 부를 내려놓고 극심한 빈부격차의 세상에 '청빈'을 외쳤던 그는 중세 최고의 스타였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한 첫번째 교황이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는 어떤 인물일까. 최근 교황의 소박하고 겸손한 행보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그런 모습들은 몸에 밴 평소의 모습들이다. 대주교 관저대신 아파트에서 생활했고, 추기경 복장을 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세속주의 물질주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한 베르골료는 늘 낮은자세에서 가난한 이들편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얼마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최고 지도자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역사적인 평화 기도회를 성사시키면서 세계가 그의 지도력에 놀라기도 했다. 교황의 겸손과 청빈, 평화의 행보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걸어온 그 길과 참 많이 닮아 보인다.

세상은 여전히 혼돈의 연속이다. 가진자와 없는자의 경계는 잔인해지고 이기심은 팽창되어 곳곳에서 곪아 터진다. '청빈'의 열망은 즉 사회 부조리의 정도일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이 왜 교황에 열광하고 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어쩌면 세상은 800년 전의 '빈자의 성자'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20여일 후면 교황이 한국을 찾는다. “나를 이땅에서 가장 소외된 곳으로 안내해 달라”며 소록도 방문을 강행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우린 기억한다. 25년만의 교황 방한은 그래서 특별하다. 그리고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프란치스코'라 더욱 설렌다.

이번 방한은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 참석과 순교자 시복식 집전이 목적이지만 교황은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만날 예정이다. 이 특별한 여정에 우리의 눈과 귀가 쏠릴것임은 분명하다.

하느님의 구원(?)을 외치면서 수백여명을 '수장'시킨 회장님의 도주 행각을 교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대한민국은 지금 많이 지쳐있다. 부조리로 얼룩진 상처는 여름의 문턱에서도 아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교황에게 바라는 선물은 단 하나, '마음의 치유' 그것이다.

연선우ㆍ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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