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사건/사고

[르포]'도심속 폐허' 대전 중구 다세대주택 가보니…

재건축 지연 10년… 짓밟힌 삶의 터전

임병안·정성직 기자

임병안·정성직 기자

  • 승인 2015-03-04 19:25

신문게재 2015-03-05 7면

시공사 4번 바뀌며 흉물화, 당초 120세대중 20세대만 남아
조합측 70여가구 새시·전기선 뜯어내며 방재시설마저 사라져


▲ 대전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이 지난 10년간 재건축사업의 지연으로 입주민 상당수가 떠나는 사태가 발생하며 주변의 주거현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사진은 입주민이 떠난 빈집의 내부 모습. 
<br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전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이 지난 10년간 재건축사업의 지연으로 입주민 상당수가 떠나는 사태가 발생하며 주변의 주거현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사진은 입주민이 떠난 빈집의 내부 모습.
이성희 기자 token77@


놀이터는 잡초에 뒤덮였고, 새시가 사라진 베란다 넘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누추함이 드러나 보였다.

다세대주택 입구에 설치된 경비실 창문은 깨진 지 오래돼 보였고, 현관문의 날카로운 소음은 텅 빈 계단과 주택을 돌아 터무니없이 큰 소리로 되돌아왔다.

4일 찾은 대전 중구 한 다세대주택은 지난 10년간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서 주거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5층 높이에 주택 4개 동이 한 묶음으로 있는 이곳이 120세대가 거주하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주택 4개 동에 120세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20여세대밖에 안 남았어요. 30세대 한 동에 4~5가구가 사는 셈이죠. 재건축한다며 집을 저렇게 부숴놨는데 누가 살 수 있겠어요.”

어렵게 만난 한 주민이 토로했다.

유리 창문으로 덮여 있어야 할 베란다 70여개가 보기 흉하게 철거돼 있었고, 그 안으로 찢어진 벽지와 늘어진 전기줄, 훼손된 기둥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정부기관 관사로도 사용되던 다세대주택이 이렇게 흉물이 된 것은 2005년 시작한 조합주택재건축사업 이후다.

당시 주민을 중심으로 주택재건축사업 조합을 설립해 현 부지에 2개동 126세대의 아파트를 새로 지어 조합원과 일반에 각각 분양하겠다는 사업시행계획을 2005년 2월 지자체에서 허가받았다.

상가 및 주택 126세대 다세대주택을 헐어 분양면적 비슷한 126세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시공사가 4번 바뀌는 10년 동안 주택은 차츰 노후화됐다.

또 재건축사업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 일부 주민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이사하거나, 조합 차원에서 이사를 재촉하면서 빈집은 더욱 늘어났다.

이 와중에 2013년 가을 재건축조합 측이 빈집에 새시와 내부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주택 전체가 흉물처럼 되고 말았다. 조합은 거주 주민들의 반발 속에 철거업체를 통해 빈 주택에 새시와 유리, 전기선 등을 철거해 방재시설도 없다.

그 결과 건물마다 베란다 철거된 빈집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사람이 없는 집”처럼 여겨져 치안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다른 주민은 “재건축을 한다고 10년째 붙잡는 동안 주택 보수유지가 안됐고 막무가내로 새시까지 철거하는 바람에 그동안 살아온 주민들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멀쩡한 주택을 고의로 흉물처럼 만들고 10년을 보냈어도 지자체는 지켜보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임병안·정성직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