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송교수의 우리말 이야기

[우리말]불한당은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58-불한당 不汗黨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6-06-02 09:40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자료화면
▲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자료화면


예부터 성격이 포악하고 행동이 거칠며 배짱이 두둑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재물 등을 강탈하는 불량배나 강도를 일컬어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했다. 이 불한당을 글자 뜻대로 새기면 땀이 나지 않는 무리가 된다. 그렇다면 땀이 나지 않는 무리인 불한당과 불량배나 강도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여기에 관련된 설화가 충청도에 전해온다.

옛날 공주 고을에 성격이 매우 거칠고 남의 집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등 못된 짓만을 골라서 하는 불량배 일당이 있었다. 고을 백성들은 그들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그들의 횡포와 보복이 두려워 감히 관가에 고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해 담력이 세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원님이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해 와서 민의民意를 살펴보니 백성들이 이들 못된 일당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님은 즉시 포교들을 풀어 이들을 관가에 잡아들이도록 하였다. 여느 백성 같으면 아무 죄가 없어도 관가에 불려오기만 하면 무서워서 등골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려온 이들 일당은 포박을 지어 관가에 끌려와서조차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행동을 할 뿐 아니라 아무리 심한 고문을 가해도 끄떡 않고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며 심지어 말대꾸까지 하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진땀이 날 처지임에도 이처럼 태연하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말대꾸를 하는 무리를 본 원님도 혀를 휘두르며 “이 놈들은 심한 고문을 받는 등 아무리 어렵고 무서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땀 한 방울을 흘리지 않으니 과시 불한당不汗黨: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이로구나!” 라고 하였다.

또한 이와 유사한 말로 날불한당이면 불한당裏面不汗黨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면 불한당은 경위와 도리를 분별할 줄 알면서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날불한당을 생불한당生不汗黨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이처럼 거친 성격을 가지고 못된 일만 골라서 하는 일당을 일컬어 불한당이라 하였다고 전한다(충청도 전래설화).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