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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결혼식 들러리 관습은 어디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0. 들러리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6-06-04 17:06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들러리란 서양식 결혼식(신식 결혼식)을 올릴 때 신랑이나 신부를 식장으로 인도하여 곁에 서는 사람으로 ‘신랑이라는 주인공의 주변에서 그를 돕는 인물’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체가 아니라 그 주체의 옆에서 보조만 맞추어 주거나 단역 정도의 일만 해주고 사라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처럼 보조의 의미가 강하다 보니 일찍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해 왔다.

이 들러리 가운데 특히 신랑 들러리의 관습은 과거 서양의 약탈혼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2세기경 게르만인의 풍속 가운데 고트족의 총각들은 자기 마을에서 결혼할 여자가 없으면 근처의 마을로 가서 신부를 약탈해 왔다. 당시 결혼을 해야 할 총각은 가까운 친구 몇 사람을 동반하여 근처의 마을로 가서 그 마을에 혼자 돌아다니는 젊은 여인을 납치해 왔다고 한다.

이처럼 친구를 동반하는 것은 만약 납치할 신부가 완강히 저항한다거나 신부의 가족이 여인을 되찾으려고 들어 닥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의 들러리는 신랑을 위한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구혼자이자 여자 도둑인 예비신랑에게 완력을 제공하기 위해 동원된 셈이다.

한편 신부 측의 들러리는 악귀로부터 순수한 신부를 지키기 위해 동원되었다는 설과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남자가 혹시 약탈할지도 몰라 신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동원되었다는 설 등이 전한다.

전자의 경우,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잡귀들이 결혼식 날 행복한 신부를 질투하여 나쁜 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 때문에 신부와 똑같은 옷을 입힌 여자를 세워 귀신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후자의 경우는 고대 로마에서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구혼자가 신부를 납치해가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자 신부의 들러리가 신부와 함께 결혼식에 등장하게 된 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남자 들러리와 여자 들러리의 등장 배경은 달랐지만 그 들러리의 풍속이 뒤에 점차 진화해서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신랑과 신부 결혼식의 증인으로, 나아가 결혼반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식장에서 신랑에게 건네주는 역할 등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식날 신랑 신부 양측에서는 모두 들러리에게 화려한 예복을 입혀서 함께 축하해 주는 모습을 우리는 직접 혹은 영화 등을 통하여 목격할 수 있다.

결국 들러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랑과 신부에게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축하를 해주며 이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지켜주는 일을 수행한다는 데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따라서 초기에 부정적인 의미로 출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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