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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왕신단지, 부뚜막에 모시던 조왕신에서 유래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9. 왕신단지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6-06-14 09:53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들.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과 그 집에 사는 조손가정 꼬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들.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과 그 집에 사는 조손가정 꼬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번거롭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잘 모셔야 할 인물이나 대상을 일컬어 예로부터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이고 저 왕신단지야!’, ‘저 왕신단지를 어쩐대?’라는 말로 자주 사용하였다. 여기에 쓰인 ‘왕신단지’에서 ‘왕신’은 조왕신竈王神의 준말이고 단지는 조왕신의 신체神體를 담아 모시는 항아리의 일종인 단지를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서 조왕신은 부엌을 관장하는 가신家神, 화신火神으로서 조왕각시라고도 부르는 여성신女性神을 일컫는데 집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계하는 재산신이기도 하다.

이 조왕신에게는 삼신처럼 육아를 점지시키는 기능이 있고, 아녀자들에게는 삼신과 더불어 성주신 다음으로 중요시된다. 조왕신에 대한 신앙목적은 가족들의 질병과 액운을 막기 위해서이며 삼신은 육아를 점지시키는 기능을 가진 반면에, 조왕은 태어난 아기의 건강을 비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왕신의 신체神體는 조왕중방이나 불교의 부적과 같은 형태를 취하여 신체로 하는 경우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작은 오지 뚝배기에 물을 담아 주로 부뚜막 위 솥의 뒤쪽 바로 벽에 모셔진다. 그러기에 여인들은 조왕신을 부뚜막 귀신으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사를 지내는 날은 특별한 날이 없고 정화수를 매일 아침 한 주발 떠다 놓으며, 명절이나 제일이 되면 향을 피우고 음식을 놓는다. 제를 주관하는 사람은 그 집안에서 가장 연장자가 되는 부녀자로서, 그들은 조왕을 가장 무서운 신으로 여기며 산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왕이 육아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집안의 재산까지도 관장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조왕신이 모셔지는 옛날 한국의 부뚜막은 가옥 구조상 활용 빈도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은 매우 좁았다. 그럼에도 이 좁은 공간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왕신단지(조왕신단지)를 모셔 놓았으니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만약 이것이 불편하고 귀찮다고 하여 다른 곳으로 치우거나 소홀히 다루면 ‘동티가 난다’는 속신俗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좁고 불편하지만 이 왕신단지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모실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들.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과 그 집에 사는 조손가정 꼬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들.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과 그 집에 사는 조손가정 꼬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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