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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성황당, 인간적 소망을 기원하는 신앙공간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74. 서낭당 城隍堂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6-06-19 07:17

‘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강릉단오제 국사성황제 봉행 모습/사진=연합 DB
▲ 강릉단오제 국사성황제 봉행 모습/사진=연합 DB


1970년대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넓혀지고 고개가 깎여져 마을 입구나 고개 마루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서낭당은 이제 자취가 거의 사라져버렸지만, 이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신앙공간이었다.

서낭당은 서낭신을 모신 당을 지칭하는데 한자어로는 성황당城隍堂이라 표기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이 서낭당을 할미당(전남도), 천황당(평안도), 국사당國師堂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이 말은 중국의 성황城隍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차라리 우리 고유사상을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서 서낭이란 서낭신이 붙어 있는 나무 즉 신수神樹이다. 이 서낭신은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신으로 최근까지 가장 널리 제사를 지내던 신이다. 서낭당은 보통 신수神樹에 잡석雜石을 쌓은 돌무더기이나 신수에 당집이 복합되어 있는 형태로 고개 마루, 한길 옆, 마을 입구, 사찰 입구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도처에서 발견되는 민간의 보편화된 신당신앙神堂信仰이다. 이 서낭당은 서낭신을 받들어 모시는 곳奉安處인 동시에 거소居所가 된다.

서낭신앙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일정한 장소에 제의를 통해 인간적 소망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낭신의 본질은 산신과 천신天神의 복합체로 보아진다.

한편 서낭신의 신앙에는 내세관이나 인간적 정신세계에 대한 이상이 없다. 다만 현실적인 생활상의 문제로써 외부에서 들어오는 액ㆍ질병ㆍ재해ㆍ호환虎患 등을 막아주는 마을 수호와 기풍에서 비롯된다. 이 서낭신앙은 현실의 공리성을 전제로 하는 공리적 신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직면한 생계문제와 직결되어 현실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신수에는 아이들의 장수를 위하여 걸어 놓은 헝겊 조각, 상인의 재리財利를 위해 걸어 놓은 짚신 조각, 신랑 신부가 새 집으로 이사 갈 때 부모계父母系의 가신家神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신부가 자기 옷을 찢어서 건 색 헝겊 조각 등이 걸려 있다. 또 통행인은 나그네 길을 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돌을 주워 돌무더기 위에 던지거나 침을 뱉는데 이것은 도로에 배회하는 악령의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처럼 서낭당은 기원하는 바를 마음속으로 비는 장소이다. 정초에는 부인들이 간단한 제물을 차려놓고 가정의 무병 무사를 빈다. 영동 호남 지방에서는 신당을 갖고 서낭굿을 대대적으로 하는데 동해안 별신굿이나 강릉 단오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한국민속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발행 참조).

이 서낭에서 파생된 것으로 ‘서낭에 나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어떤 물건이 화근이 되어 좋지 못한 일이 생기거나 물건 값이 터무니없이 쌀 때 쓰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 시골에서는 서낭에서 무꾸리를 한 다음에는 귀신이 붙은 옷이나 기물을 서낭당 나무에 걸어 놓는 것이 보통이다(여기서 무꾸리란 무당, 판수 그 밖의 신령을 모신다는 사람에게 길흉을 점치는 일을 가리킨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이 물건은 잘못 건드리면 귀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믿었다. 그런데도 이러한 물건을 몰래 가져다가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서낭에 난 물건이라 하여 매우 싸게 팔았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박일환, 우리말 어원사전).

하나 더 첨가하여 대관령국사성황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에 있는데, 대관령국사성황제가 제의의 명칭이다. 신위로는 대관령국사성황지신이며, 제당은 목조건물로 ‘성황사’란 현판이 있으며, 안에는 국사성황의 화상이 있다. 서낭당에는 음력 4월 15일 강릉으로 위패를 모시고 내려갔다가, 단오제 마지막 날 거행하는 송신제에 남대천에서 대관령으로 다시 모셔진다. 제의의 형태는 육식으로 치러진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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