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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진 대한민국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승인 2016-11-01 11:14

신문게재 2016-11-02 22면

▲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상 초유의 일로 나라 전체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국가 기강과 국정 전반에 걸친 엄청난 문제가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대서 특필되고 있다.

속칭 게이트라 불리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 형국이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많은 일들을 겪어 왔지만 대부분 수습되어 큰 탈없이 지나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성격이 달라 보인다. 어느 한 사람과 연관된 일로 인해 나라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문제가 한가지가 아니라 찾으면 찾을수록 점점 여러 갈래로 계속 확인되고 있어 국정 전반이 총체적 난국으로 보인다. 우리 몸의 뇌라 할 수 있는 청와대와 감각 신경이라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르기까지 정말 여러 분야에 걸쳐 의혹과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느닷없이 정국이 급변하게 된 것은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 주변 사람에 대한 놀라운 단 한번의 보도로 인해 촉발됐다. 이 보도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실망시킴과 동시에 정서적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시국 선언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정상적인 나라 기능이 마비될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국방은 물론 외교 안보, 경제 등 국가 체계를 유지하는 모든 부분이 흔들릴 수 있어 걱정스럽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관하면 안 된다. 따라서 현재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문제로 제기된 사람들과 어떤 일들이 얽혀 있는지 그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이에 알맞은 대책을 빠르고 확실하게 수립하고 집행해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상황은 현재 우리가 처한 시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몸과 마음, 즉 사람의 건강과 너무도 정확하게 닮아 있다. 인체도 단 한번의 심각한 감염으로 인해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해 급격히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

다발성 장기부전이란 총체적 장기부전이라 할 수 있는데 간, 신장, 심장, 췌장, 폐나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된 몸 속 여러 장기들의 기능 부전이 2개 이상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2개 이상의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심하게 둔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 경우 사람은 생명이 위태로워 진다. 2개 장기의 기능부전일 경우 사망률은 60~70%, 3개 장기 기능부전에서는 사망률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부전 장기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망률은 상승하는데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은 폐렴, 신장염, 후두염 등을 유발하는 세균이 온몸에 돌아다니는 균혈증 상태이거나 또는 혈액 내에 세균과 독소가 가득 찬 패혈증 상태일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암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으로 면역력이 약해 졌을 때에도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주 원인은 강력한 감염력을 가진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같아 보인다. 어느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 전체의 동력을 마비시킬 만큼 강력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로 확인된 만큼,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우리 신체에 염증을 유발한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를 확인하는 것과 같이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야 나라의 다른 기능이 멈추지 않게 예방할 수 있는데 이는 염증을 유발한 세균에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투여하는 것과 같다.

즉, 현재 확인된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후 조치도 완벽히 해 둔다면 더욱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적은 힘과 노력으로 쉽게 해결해 낼 수 있는 일을 처음에 잘못 처리하면 큰 힘과 노력이 든다는 말이다. 현재 상황이 벌써 호미로 막을 상황을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완벽하게 처리를 해내지 못 한다면 나라의 기능이 순서대로 망가져 다발성 장기부전 상황으로 발전할 것이 뻔하다.

이번 일로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법당국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 앞에 여러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풀어 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답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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