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순간의 선택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7-27 00:00
우리는 하루 동안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몇 번이나 할까요? 이런 뜬금없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한다는 것은 그냥 하루를 사는 일상에서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선택이나 결정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일이나 상황을 직면했을 때 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의 생활을 자세히 따져보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는 시간도 어찌 보면 일어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야만 하는 사정에서 일어나기를 결정하고, 오늘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도 일종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근을 해서 이제는 기계적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커피를 내리고 진한 커피 향이 나는 블랙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무의식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사실 하루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행동이 큰 고민이나 생각이 없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종의 선택과 결정의 반복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만큼 선택과 결정은 우리의 생활에 이미 당연한 과정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은 선택이나 결정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선택이나 결정은 정말 중요한 사안이나 현상 또는 국면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의 반복되는 행위가 아닌 국가의 정책결정이나 정부의 방침, 회사의 결정 등등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선택과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하려면 먼저 그 사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의 수렴이 필수적이고, 또 때에 따라서는 결정에 따른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교감과 공감 그리고 동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만약 이런 의견수렴이나 공감 또는 동의가 없이 내려진 선택이나 결정은 잘못된 결정 또는 선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소재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사전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교감과 동의를 구하고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서 내린 결정이나 선택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하고, 이 결정과 선택에 따라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하고 복구를 해야 할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결정이나 선택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가 다 알고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의 의미를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비록 어떤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니 그 만큼 선택을 하는 것이나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하루를 사는 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비록 하루 중에 내리는 선택과 결정이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선택한 음식이 그 선택할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하루의 배고픔을 위해 결정한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배탈이라도 난다고 하면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마는 것이니 말입니다.

선택
게티 이미지 뱅크
독일 유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택시운전을 할 때, 내가 순간의 선택을 잘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11월 중순경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 밤중이라고 기억합니다. 뮌헨 구도심에 있는 독일박물관 앞 전차길이 있고 끝부분에 신호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고정식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교량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교량을 거의 통과할 무렵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는 순간, '만약 여기서 급제동을 하면 전차길 위가 미끄러워 차량이 회전하여 사고가 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적색 신호를 의도적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집으로 날아 든 교통범칙금 통지에 대해 상황을 설명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그리고 그것이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은 정당한 행위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결찰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법원으로부터 정식소환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출두하여 당시 행위가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였지만, 재판장이 보여 주는 당시 카메라가 찍은 사진 속에는 전후좌우 그리고 반대 차로에 조차 어떤 차량도 지나가지 않아 사고의 위험은 전혀 없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진을 확인한 후 나는 곧바로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범칙금과 재판비용 일부를 부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재판장은 "사람이 어떤 순간적인 판단을 할 때, 흔히 '악마'(Teufel)가 스쳐 지나가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아마 이 때가 그런 것 같다"라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이 재판장의 조언 덕분에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어떤 결정이나 선택을 할 때, 혹시 어떤 작은 악마가 스쳐가는 것이 아닌지 유의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확실한 선택이나 결정을 할 때도 '혹시나' 하는 그런 마음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어떤 결정이나 선택은 그것이 장고나 숙고 끝에 내리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세밀히 분석하면 선택이나 결정의 순간에는 정말 '순간적인 선택이나 결정'이 되고 맙니다. 정말 그 순간은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刹那)의 경우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일생의 동안을 찰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나 결정이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어떤 면에서 다소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우리가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고 고통 받고 번민을 해야 한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순간의 선택이나 결정을 후회 없이 그리고 성공적으로 하려면 일상에서 하는 무의식적 선택과 결정부터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신중하게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부터 말입니다. 요즘 견디기 힘들 만큼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불쾌지수가 높고 짜증이 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중요한 한 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다시 새겨야겠습니다.

행복함으로 더위를 이기는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