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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칼럼] 인공지능의 핵심 인프라 슈퍼컴퓨터와 미중 패권전쟁

황순욱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19-07-04 09:58

신문게재 2019-07-05 22면

황순욱 KISTI 슈퍼컴퓨팅
황순욱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6월 29일 오사카 G20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추가 관세를 더 이상 매기지 않기로 하는 등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지난 몇 달 동안 미중 관계는 무역전쟁을 넘어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었다. 지난 5월 미국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해 무역거래 제한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지난주 G20 회담을 앞두고 중국 최대 슈퍼컴퓨터 업체인 중커수광과 우시 장난 컴퓨터 기술연구소 등을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 대상에 포함 시켰다. 이로써 1초에 100경 번의 연산이 가능한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번 슈퍼컴퓨터 관련 핵심 부품의 대 중국 수출 금지 조치의 이유가 미국에서 볼 때 중국의 슈퍼컴퓨터 기술이 장차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히 이례적이라 할 만큼 미국이 이처럼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화웨이에 이어서 두 번째 제재 조치로 중국의 슈퍼컴퓨터 제조업체와 국가연구소를 택한 것이 정말로 단순히 미국의 안보 위협 때문만일까? 혹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근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인공지능 기술 굴기를 이번 기회에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서 미국이 중국에 날린 '신의 한 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1950년대에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래로 인공신경망, 전문가 시스템 등 인공지능에 대해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각각 한 차례씩 인공지능의 혹독한 겨울을 맞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국제 이미지넷 이미지 인식기술 경진대회(ILSVRC)에서 딥러닝에 기반한 알렉스넷의 우수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공지능 연구는 새로이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2012년 이후에 인공지능 기술이 오늘날 이처럼 괄목할만하게 발전하게 된 것은 첫째, 인공지능 모델 및 알고리듬 자체의 획기적인 진보, 둘째, 복잡하고 정교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기에 충분한 빅데이터, 셋째, 이러한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학습하고 처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컴퓨팅 인프라 덕분이다.



3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터넷이 빅데이터 시대를 열었다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5G 통신을 기반으로 음성, 이미지, 영상, 센서 등의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엄청나게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엄청난 양과 엄청난 속도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필수불가결하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개인정보 보호가 무시되는 사회주의체제하에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국민 감시 프로젝트인 "텐왕"을 작동시키는 등 특정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서 미국을 추격하는 단계를 넘어서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흔히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의 원유라 불린다. 미국이 지난 한 달 반 남짓 사이에 인공지능 원유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 유통의 핵심 인프라인 5G 통신 분야와 빅데이터라는 원유의 정제 및 가공에 있어서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미국의 핵심 부품과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일련의 대 중국 무역거래 제한조치를 발동한 것이 결코 우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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