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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네나의 '99개의 풍선'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20-04-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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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지난 주 목요일 밤 10시 영화채널에서 멋진 영화를 보았다.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 액션 영화였다. 큰 키의 샤를리즈 테론이 늘씬하고 긴 다리를 맘껏 휘둘러 관객을 통쾌하게 하는 영화. 영화 제목은 '블론드'지만 백발머리에 가까운, 미소 한번 짓지 않는 차가운 미녀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의 동서 냉전 상황에서 스파이로 분한 샤를리즈가 베를린에서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역시 샤를리즈 테론은 여전사같은 역할이 제격이다. 달달한 로맨스보다는 거칠고 쇳내 나는 영화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영화의 또하나의 특징.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내내 당시 유행했던 음악들이 흘러 나온다. 가장 반가웠던 건 '99개의 풍선'이다.

고교 시절 라디오로 들었던 네나의 '99개의 풍선'을 이 영화에서 들을 줄이야. 서독의 혼성그룹 네나. 80년대 초 '99 Luftballons'를 독일어로 들었는데 사정없이 혀를 굴리는 영어로 된 팝송을 듣다가 히틀러의 침 튀기는 말소리같은 딱딱한 노래를 듣는 게 영 어색했다. 그때 고등학생이었던 난 제목이 '99개의 풍선'이라고 디제이가 소개해 가사 내용이 궁금했다. 99개의 풍선이라.... 나중에야 동서 냉전이 치열한 시대, 99개의 풍선을 동독 창공에 날려 보내는데 동독에서 유에프오로 오인하고 사격해 전쟁 위기에 빠진다는 간담이 서늘하지만 재밌는 내용이다. 고교시설 무수히 듣던 노래가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찾아 들었지만 '99개의 풍선'은 이상하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늦은 밤 우연히 본 영화에서 이 노래가 소환됐다. 눈물겹게 반가웠다. 샤를리즈 테론의 통쾌한 액션과 향수어린 음악 네나의 '99개의 풍선'. 봄밤의 큰 수확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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