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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기회의 대전인가, 위기의 대전인가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

김성현 기자

김성현 기자

  • 승인 2020-07-09 14:39

신문게재 2020-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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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
새벽녘 서늘한 바람결이 곤히 자고 있는 나의 숨을 깨운다. 맑고 시원한 공기의 흡입이 주는 상쾌함이 유독 정겹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마스크 착용으로 한낮 뜨거움 속의 호흡은 매우 습하고 불쾌했었음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들이쉬며 그 느낌을 즐겨본다. 이전의 평범함이 이제는 '살아있는' 맛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전은 평범한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딱히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없어 보이고 역사적인 사건·사고도 그다지 없다. 그런데도 살기 좋은 도시, 깨끗한 도시 등 실제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아주 편리한 도시로 인식돼 있기도 하다. 그런 대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퇴보하고 있던 원도심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서다.

대전시는 지난 5월에 혁신도시 입지로 동구 대전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 2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7월 8일 시행에 들어갈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에 근거, 시는 국토교통부에 혁신도시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전국 혁신도시는 수도권 인구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005년부터 12개 시·도에 공공기관을 이전해 새로운 성장거점을 육성시킨다는 계획이었는데 수도권과 대전·충남을 제외하고 전국에 10개를 조성, 153개의 공공기관을 이전시켰다.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건설과 정부 대전청사,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로 혁신도시 조성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 등 지역경제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역차별론이 일었었다.



시가 발표한 두 군데 선정지는 타 시·도의 혁신도시들과 기본적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전국 혁신도시들은 기존 도시 인근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모양새로 기존 도시의 재생에 역행하는 개발계획이었던 것에 반해 대전시는 기존 혁신도시와는 달리 도시재생과 연계해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약 28만평의 대전역세권지구에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미 자리잡고 있고 삼성4구역과 중앙1구역의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 연면적 35만㎡ 규모의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어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허태정 대전시장, 황인호 동구청장이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과 생활지원센터, 돌봄시설 등이 계획돼 있고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을 포함하여 1400세대의 주택과 업무복합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더불어 대전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원도심 일대를 지정, 체계적인 도시재생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을 마냥 반가운 마음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각 사업의 주체가 각기 다 다르고, 사업의 방향이나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원도심에서의 개발행위에 대해 거시적인 방향성과 목적성을 세우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가 필요하다. 시는 시민과 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과 협의를 도출하여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또 둔산 센트럴파크 조성사업과 트램사업 등 타 ·시도에서 시행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도 민관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추진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대전은 현재의 기회를 정말 심사숙고하여 후대에 위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재 주어진 짧은 시간을 정말 황금같이 사용해야 한다.

후손들이 감사하며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대전을 꿈꾸며 다시 한번 맑고 시원한 숨을 들이켜 본다.

/김용각 대전광역시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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