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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대학이 변해야 교육이 산다

신성룡 기자

신성룡 기자

  • 승인 2021-03-22 09:58

신문게재 2021-03-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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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 교수
코로나 팬데믹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도 비대면의 연속이다. 빈 강의실, 허전한 세미나실, 적막한 학내카페. 대학과 그 주변은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코로나 위기는 그곳의 삶과 흥을 마비시켰다. 실습 중심 학과들도 여전히 학생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의 본령이 함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토론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 곳이기에 그 슬픔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거의 모든 대학의 시설과 교육도 덩달아 '디지털화'되었다고들 한다. 얼치기 디지털식 비대면 수업이다 보니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디지털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예견한 때는 오래됐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산업사회에서 포스트 산업사회, 곧 정보화 사회로의 변신을 '제3의 물결'이라고 예측하며 설파한 때가 1980년이었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산업사회의 근간이 무엇일까, 바로 이기심이다. 최고의 요리사가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도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 때문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도 개인의 이기심과 경쟁이야말로 사회 전체의 부를 극대화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탐욕과 이기심은 다르다. 20세기 산업사회에서의 대학교육도 자본주의적이다.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리면, 존재 지향적이 아니라 소유 지향적인 교육인 셈이다. 대학의 학과나 강좌 그 어느 것에든 장막이 처져있다. 이게 대학의 위기를 자초한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의 대학 졸업자에게는 취업 문제와 연계된 졸업장만 유의미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돈벌이하느라 지친 몸으로 그저 버틸 뿐이다. 교육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다.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시기, 한국의 대학은 서구와는 다르게 학생들에게 한쪽 눈을 가리고 한손잡이만 되라고 교육한다. 문학을 선택하면 공학에는 무지한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예컨대 항공운항은 인문과 경영과 공학이 융합된 교육을 할 때 그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문과-이과의 벽은 깨지기 어려운 철옹성이다. 기껏해야 여러 전공을 물리적으로만, 인문학과 경영학을 함께 가르치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의 대학에서 이를테면 인문학 교수가 자신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경영학과나 물리학과 신입생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서구에서는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경직된 구조에서 '융합'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한국의 대학에서 학과의 교육목표에 걸맞게 학기별 강좌를 개설하고 수업계획서를 공유하며 학과 교수끼리라도 절실한 토론을 벌이는 문화를 가진 대학이 얼마나 있을까. 구조적으로 학문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전공이 다른 교수가 나의 수업계획서를 비판하고 수정 제안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융합, 올바른 학문 커뮤니티가 가능하다.

정보화 사회에서 말하는 지식은 그 양과 질에서 산업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20세기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에게 지식의 최대 원천은 교수와 도서관뿐이었다. 그러나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웬만한 전문지식도 정보의 바다에서 해결된다. 과거의 교육은 여러 유통단계를 거쳤지만, 오늘의 그것은 온라인 단계만 있으면 된다. 광고가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D2C비즈니스 플랫폼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대학의 캠퍼스, 수업모델 등등도 벌써 새롭게 세팅했어야 했다.

변화의 시기에 적응할 수 있는 전문인이 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태도와 학습 분위기가 조성된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서 그 파국의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될 것이다. 21세기는 동물원이 아닌 대평원의 시대라는 점에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열린 혁신시대가 바로 디지털 시대임을 직시하여 융합과 통섭으로 '새로' 배울 수 있는 양손잡이 대학교육을 상상해본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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