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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아무튼, 새해] 내년 새해 소망 아무튼 이뤄졌으면 한다

이유나 기자

이유나 기자

  • 승인 2024-01-09 10:58

신문게재 2024-01-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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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튼'의 사전적 의미는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대전을 포함한 비수도권은 계속 소외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튼' 대전은 우리가 사는 곳이고 '아무튼' 2024년은 온다. 어차피 대전에 살 거라면 지역에 애정을 가지면 더 행복할 것이다. 올해 우리 지역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당 면을 통해 지역을 향한 작고 큰 소망을 담았다. 올해 전망이 좋든, 나쁘든 '아무튼' 이뤄졌으면 좋겠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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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튼, 재미

대전 사람들은 '재미' 콤플렉스가 있는 듯하다. 재미에 대한 집착은 특히 지역 정치인에게서 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대전을 '유잼' 도시, '꿀잼'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노잼'은 대전의 장점이기도 하다. 재미가 없어서 평화롭고 여유롭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노잼도시'란 별명도 조금 귀엽게 느껴진다.



과도한 재미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여러 자극 속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삶은 이미 재미가 넘치는 도파민 중독 상태에 있다. 대한민국 슈퍼 꿀잼 도시인 서울을 보라. 주택난, 교통난,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안고 있다. 대전은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도시 문제가 적은 '평화 도시'다. 국회 미래 연구원에 따르면, 대전 청년들의 행복감은 7.04점으로 부산(7.34) 다음이었다. 오히려 서울이 6.82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전에서만 출산율이 증가했다. 대전은 꽤 괜찮은 도시다.

'노잼'에 집중하기엔 대전은 다른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지역 청년들이 대전을 떠나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라기보단 '양질의 일자리' 때문이다. 대전은 교통의 도시라면서 차 없인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외부의 평가에 휘둘려 핵심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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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튼, 과학

대전에 살면서 '과학의 도시'임을 체감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대전이 과학의 도시라고 느낀 적은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를 지나갈 때나 연구원이나 카이스트 학생을 우연히 만날 때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대전에 살았는데, 대전을 왜 과학의 도시라고 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학교나 버스에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 로봇이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전에 있는 연구단지와 카이스트 때문에 대전을 과학의 도시라고 한다는 걸 알지만, 스스로 '과학 도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전의 훌륭한 과학기술이 지역민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는가?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리빙랩'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사물인터넷을 통한 '스마트 쓰레기통', 유동인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 등으로 관광지인 북촌 주민과 소상공인, 관광객 상생 모델을 모색했다. 지역 과학자와 시민이 머리를 모으면, 원룸촌 범죄 문제, 길거리 쓰레기 문제, 주차난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과학 기술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전의 외딴 섬이라고 불리는 대덕연구단지가 50년 만에 문을 열었다. 두 달 만에 5000명이 다녀갔다. 앞으로의 50년은 지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덕연구단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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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대흥동 진로집 두부두루치기. 사진=중도일보 DB.
▲아무튼, 두부두루치기

두부두루치기는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지역 특색이 있는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과 매콤한 맛으로 두부두루치기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도심에 있는 오래된 두부 두루치기 맛집은 방송에 출연된 후 타 지역민도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끔 두부두루치기 가게에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백종원만큼 식당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로서 다양한 맛집을 방문하며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1인분씩도 팔아달라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같이 밥 먹으러 갈 사람을 매번 찾기 쉽지 않다. 더구나 상대가 항상 두부두루치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보장도 없다. 혼자 대전 여행을 오는 사람에게도 1인분 두부두루치기는 반가운 메뉴일 것이다. 저렴하고 영양 넘치는 두부두루치기는 혼자 사는 사람에게 한 끼 식사로도 딱이다. 대전의 1인 가구 비율은 38.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대전의 전통 음식 두부두루치기도 이제 혼밥 트렌드에 따를 때가 됐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자면, 칼국수까지 두부두루치기와 1인분 세트로 내줬으면 좋겠다. 칼국수 면 사리를 두부두루치기 양념에 비비고, 목이 막힐 때면 따뜻한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두부두루치기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분식집에선 떡볶이와 튀김을 1인분으로 만든 메뉴를 볼 수 있다. 중국집에선 혼자서 여러 메뉴를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해 이미 '짬짜면'이란 혁신적인 메뉴를 개발했다. 두부두루치기 사장님들이 새로운 변화로 외로운 미식가를 포용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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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무튼, 사장님

개성이 있는 작은 가게를 매우 사랑한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작은 가게에 대한 애정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가게의 분위기에 위로를 받을 때면 이 공간의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가게에 비치된 책과 소품을 구경하고 선곡된 음악을 감상하며 가게 사장님의 취향을 추측해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멋진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친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사장님과 친해지기 위해 자주 가게를 가서 안면을 트고 말을 건다. 사장님이 가게를 오래 운영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친구도 데리고 가고, 좋은 후기도 남긴다. 가끔 맛있는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칭찬과 응원도 아끼지 않는다.

누군가 만나고 싶지만, 약속을 잡기엔 부담스러울 땐 괜히 단골 가게에 간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고 말동무도 해주신다. 나이가 있는 사장님은 고민을 들어주시고 삶의 지혜도 나눠주신다. 사장님이 여는 책 모임이나 운동 모임에도 참여하며 단골들끼리 안면을 트기도 한다.

가게 사장님들은 고되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는 때도 많고, 손님들의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잠시 가는 걸 소홀히 한 사이 폐업하기도 일쑤다. 올해만 해도 좋아하는 카페 두 곳이 문을 닫았다. 공간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장님의 문자에 마음이 아프다.

올해엔 사장님들이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안식처 같은 가게가 그대로 머물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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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 전경. 사진=중도일보 DB.
▲아무튼, 갑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갑천 풍경은 아름답다. 낮에 가면 햇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잔물결과 새소리를, 저녁에 가면 강물에 비치는 야경과 풀벌레 소리가 맞이해준다. 낮과 저녁 사이 노을이 물들 때는 하얀색, 하늘색, 분홍색,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 수채화로 하늘을 칠해놓은 듯하다. 지는 해를 향해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하늘이 진하고 어둡게 변해 있다.

자연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위로를 건넨다. 마음이 답답할 때 갑천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걱정거리가 있어도 갑천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해결책을 찾거나 고민이 사소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건축물의 개발면적인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우울증 발생은 늘고 녹지 비율이 커질수록 우울증 발생은 줄어든다고 한다. 고층 건물이 빽빽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한강뷰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하천이 3곳이나 있는 대전은 복도 많다.

주거지 주변에 있는 가로수나 공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줄지 모른다.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0만744명으로 2018년과 비교해 30% 넘게 늘었다. 연령대로 보면, 20대(18.6%), 30대(16%) 우울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대전시는 청년마음건강사업을 통해 일대일 상담 등을 지원했다. 회당 비용이 7만 원에서 10만 원이 상담을 7회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도심 속 힐링을 주는 조경을 가꾸는 방식으로 청년 문제를 새롭게 풀어가면 어떨까?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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