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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

방원기 경제부 차장

방원기 기자

방원기 기자

  • 승인 2024-01-30 10:13

신문게재 2024-01-31 18면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이렇게 갈 줄은 몰랐다. 그는 2009년 11월 우리 곁에 왔다. 14년을 함께했다. 일반 가정에서 분양받았다. 그날 다른 형제들이 모두 분양되고 너만 남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게 운명이었나 싶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으니 무지개다리를 건넌 너에게 누군가 이 글을 읽어주지 않을까 싶다. 아프면 아프다는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나. 그저 건강하다 생각했다. 징후가 없었다. 약 먹으면 괜찮아지려나 했다. 곧장 병원으로 갔다. 몇 가지 검사를 했다. 피도 뽑고 엑스레이도 찍고. 결과가 안 좋았다. 의사가 말했다. 수술을 한다 한들 깨어날 확률은 20% 미만이라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안 좋을 리가 있나. 순간을 부정했다. 길어야 이틀 산다고 했다. 차가운 수술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할 순 없었다. 검사하느라 기진맥진한 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넌 오줌도 제때 보지 못했다. 소변 줄을 달았다. 물은 물론 밥도 먹지 않았다. 주사기로 어르고 달래며 먹였다. 가끔 일어나 걸었다. 좋아하던 고구마도 코에 대주니 냄새 몇 번 맡다 고개를 돌렸다. 하루 몇 번 미음과 사과를 즙을 내 주사기로 줬다. 그렇게 싫어하는 약도 먹였다.

이틀밖에 살지 못한다는 넌 일주일을 버텼다. 갑자기 가버리면 가족들이 슬퍼할까 보낼 준비를 해준 거 같다. 장례를 치렀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작은 유골함에 담겼다. 화장하며 나오는 연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잘가라. 잘가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마중 나오던 네가 없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밥을 먹었다. 소파에 누웠다. 허전했다. 늘 있어야 했던 네가 없다.



나에게 1년은 너에게 5년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었다. 좋은 곳 자주 데려가 줬어야 했는데 후회만 남는다. 좋았던 순간, 슬펐던 순간 매 순간 네가 있었다. 좋은 일에 기뻐하면 어리둥절하며 날 바라봤다. 슬플 땐 내 무릎 위에 올라와 날 위로했다. 가족들 생일이면 널 안고 식탁에서 초를 껐다. 일상 곳곳에 네가 녹아있다. 밥을 먹는 순간순간마저 네가 스쳐 지나간다.

굳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는 나 같은 후회를 하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피곤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좀 더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지난날이 후회스럽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키우는 가정도 많아졌다. 누군가에겐 그저 동물이라 표현될 수 있겠으나 한 번이라도 반려견을 키워봤거나 보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아지는 오롯이 주인에게 사랑을 준다. 그 어떤 조건도 없다. 그래서 반려견이 떠나면 더 슬픈가 보다. 당신이 반려견을 키운다면 지금 당장 산책 한 바퀴 돌고 오는 건 어떨까. 뚱이야. 넌 정말 최고였어. 우리 꼭 다시 만나.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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