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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장르의 쾌감

범죄도시 4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4-04-25 15:58

신문게재 2024-04-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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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 포스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 안에는 마석도 형사와 동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그들이 잡고자 하는 범인이자 악당들이 들어옵니다. 20층까지 가는데 형사와 범인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챕니다. 숨 막히는 긴장이 감돌고 범인들이 19층에서 내립니다. 20층까지 갈 것처럼 하던 형사들이 범인을 뒤쫓고 마침내 벌어지는 혈투.

도시는 생활의 현장이자 범죄의 공간입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사람들은 생활의 영위와 더불어 범죄적 상황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 상반된 정체성의 위태로움이 이 영화의 기반입니다.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범죄의 피해에 실상 일반 시민들은 대응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공권력인 경찰의 도움은 늘 멀리 있어 보입니다. 마석도 형사 같은 영웅은 영화 속에나 있습니다. 평자들의 지적과 같이 이 영화는 이미 1편부터 보여온 양상이 반복됩니다. 이른바 자기복제입니다. 위태로운 범죄 상황에 맨주먹으로 맞서는 마석도 형사. 권태롭고 피하고 싶기도 하련만 그는 예의 그 의로운 분노로 두 주먹 불끈 쥐고 나섭니다. 잡아넣어야 할 악당이 있고, 반드시 잡아달라는 애처로운 부탁이 있습니다.



장르 영화는 스타일과 관습, 도상의 반복이 특징입니다. 일견 위에서 언급한 반복이 문제인 듯 여겨지지만 실상 이 익숙함이야말로 장르 영화의 매력입니다. 현실에서 쉽사리 해소되지 않은 욕망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욕망이 영화 속에서 통쾌하게 실현됩니다. 우리 동네 경찰서에 마석도 같은 형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절대다수 관객의 욕망입니다. 투박하고 큼지막한 점퍼 차림에 짧은 머리. 그리고 그는 여전히 솔로입니다. 승진 따위 그의 몫이 아닙니다. 그도 그런 걸 바라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그는 시민 편이자 대다수 관객들의 욕망을 껴안는 존재입니다.

4편에 이르도록 <범죄도시> 시리즈는 다양한 인물과 각종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2편과 3편에서 다소 전편만 못한 평을 받기도 했지만 4편은 여전한 매력에다 다시 1편을 보는 듯한 강렬함이 복원되었습니다. 백창기라는 악당을 배우 김무열이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또한 코믹한 캐릭터인 장이수 역을 배우 박지환이 찰지게 소화함으로써 마석도 역의 배우 마동석과 뛰어난 앙상블을 만들어냅니다. 첨단 과학 수사의 엘리트는 아닐지언정 악당과 범죄를 단번에 알아채고 온몸으로 맞서는 마석도 캐릭터의 생명력은 대단히 오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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