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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아버지의 위치

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4-04-25 17:10

신문게재 2024-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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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대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사회에서 나를 규정하는 여러 가지 명칭이 있다. 내 부모의 아들, 내 아내의 남편, 두 아들의 아빠 그리고 교육 현장과 사회에서 교수, 선생님, 부원장, 학과장, 사업단장, 인사위원, 공정위원, 이사 등 관계를 규정하는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요즘 측은 하고 연민의 대상이 되는 명칭이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훌륭한 아버지였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문제는 필수 조건이고, 다정하고 친구 같으며 가정적이어야 한다. 광고나 드라마에서도 아버지는 힘없고 측은한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성격은 자기중심적이고 말을 가끔 하면서 자기 말이 옳다고 항상 주장하며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꼰대로 취급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심인물에서 주변 사람으로 전락 되어 가정에서도 외톨이가 되어 가엾은 남자로 존재할 뿐이다.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가족과는 점점 멀어지는 운명에 부딪혔다. 아버지는 외롭고 자신의 삶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자식들도 아버지와는 대화가 뜸하고 대부분의 의논도 엄마와 한다. 물론 엄마가 더 임의로워서 그런 줄 잘 알면서도 관심 받고 싶은 욕심이 든다. 요즘 재벌 층이나 권세를 뽐내는 아버지를 둔 자녀들의 아빠 찬스로(?) 평범하고 성실하며 모범적인 수많은 아버지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주눅 들게 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떳떳하다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고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며 비루한 변명과 원망을 일삼으니 경멸스럽고 참으로 개탄스러운 인간들이다. 진정한 자식 교육은 정직과 예의를 중시하며 평등, 공정, 정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르쳐야 한다. 가정이 바르고 건강하려면 아버지가 바로 서야 한다. 누구에게나 어려서부터 아버지란 존재는 자기 정신의 토양인 동시에 그 굴레가 되기 마련이다. 특히 남자에게 아버지의 그늘은 선천적일 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 잠재하여 지속적으로 자식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한 사람에게 있어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그 아버지의 문제, 그 집안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버지는 역할과 책임이 크고 영향력이 있으며 힘 있고 소중한 존재다.



며칠 전 아버지와 술 한잔하면서 "아버지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이 모든 행복이 아버지 노력 덕분입니다"고 말하였는데, 아버지는 "난 할아버지 세대와 비슷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교육받지 못했고, 경험하지도 못해서 요즘 신세대 아버지처럼 말하는 것도,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도, 마음과 달리 매우 쑥스러워 표현을 못하며 어렵게 생각되고, 자식들과 교감하는 방법도 모르고 살았다. 좀 더 많은 교감을 통해서 부드럽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후회된다. 많이 늦었지만, 카푸치노처럼 부드러운 아빠, 능력 있고 젠틀한 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해 봐야겠다"고 말씀하셨다. 평생 동 안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셨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이럴 때 현명한 아내의 도움이 정말 필요하다. 남편이 주저하며 표현을 못할 때 자식 앞에서 핀잔이나 면박 주지 말고 용기를 주고 격려해주어 가정에서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역할과 위치를 지키고 자존감과 권위를 찾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어려서부터 소망이 가족끼리 단란하며 우애롭고 화목하게 대화하면서 웃고 즐기는 것이었는데, 아버지 덕분에 그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족끼리 야멸차리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하고 표현 방식이 서툴러 배려 없이 말하는 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남게 되어 반목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온정 넘치는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었으면 하고 파랑새가 모든 가족 품으로 날아들어 참사랑 깃들고 매일매일 소풍날처럼 설레는 행복이 함께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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