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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79. 미국 부자들과 한국 부자들의 차이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현옥란 기자

현옥란 기자

  • 승인 2024-08-01 12:00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정부는 25년 만에 전면적인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이후 동결되었던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10%P 인하하고, 상속세 자녀 공제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로 높여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낮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내놓은 상속세 개정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지요. 야당은 "초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안은 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8월 27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이 개정안이 원안대로 결정될지 아니면 야당 등의 반대로 수정하게 될지 예상할 수 없으나, 오늘 저는 이번 상속세법 개정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상속세와 관련하여 미국의 부자들과 우리나라 부자들의 인식과 태도의 차이를 비교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재산 형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상속세는 불합리한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990대 후반, 미국 국민의 70%는 상속세 폐지에 지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상속세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습니다. '미국 경제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2010년까지 상속세 완전 폐지를 추진한 것입니다. '조세 부담이 낮은 나라가 경제 성장이 빠르다'는 주장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상속세 폐지 법안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그것은 당시의 야당이나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부터 발단된 것이 아니고 부자들인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그리고 워런 버핏 등 수혜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 운동에 앞장선 것입니다. 이들은 '책임 있는 부자 모임'을 결성하고 신문에 취소 광고를 실었습니다. 이유는 "상속세가 없다면 사람들이 재능이 아니라 유산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좌우할 능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100대 부자 대부분이 이 운동에 공개적으로 참여했고, 결국 부시 대통령은 상속세 폐지 움직임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태도는 어떨까요? 당연히 상속세 폐지나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요. 2004년에, 상속세 폐지도 아니지만 자산가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보완이 진행될 정도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속세율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식적으로 되어 있는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설명하면, 과거에는 '열거주의'라고 하여 법에 명시되지 않은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는 경제적 이익이 있는 곳에는 과세한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열거주의와 완전포괄주의를 절충해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부자들은 "우리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세상에 살고 있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나, 한국의 부자들은,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번 돈을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인식을 합니다. 나아가 경제나 소비 문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렇지만 원래 자본주의는 그 출발부터 도덕적 토대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녔습니다. 근면한 노동을 통해서 부를 축적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부자들의 생활은 검소합니다. 요즘 인문학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모든 학문 영역에 윤리성을 부여해야 하고 특히 경제나 경영에서는 윤리를 강화하는 것이 인문학의 사명이지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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