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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위해 정치권이 물꼬 터줘야”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대통령실 지역기자단 간담회
시·도마다 이해관계 달라 갈등 불가피…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정치권이 사전 교통정리 중요
부동산 규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현실 감안한 차별화 정책 필요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24-10-29 16:38
  • 수정 2024-10-29 17:25

신문게재 2024-10-30 1면

박형준 회장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29일 대통령실 지역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혁신도시 2차 공공기관 이전사업은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피하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도 못했고, 윤석열 정부도 실행을 못 하고 있죠.”

‘윤석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사업을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는 중도일보의 질문에 대한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부산시장)의 대답이다.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마련한 대통령실 지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다.



박 회장은 “이거(2차 공공기관 이전) 던지는 순간, 지역마다 ‘이거 와야 한다, 저거 와야 한다’며 싸움이 일어날 게 뻔하고, 그 싸움을 감당할 정치적인 힘이 없기 때문에 미룬 것”이라며 “지방시대위원회도 빨리빨리 하자고 요청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도 자신 있게 실행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빗발치는 지방정부의 요청에 정부도 하고 싶지만, 지역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갈등을 유발했다는 책임이 정부로 쏟아질 수밖에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이런 부분(지역별로 요구하는 기관들)에 대한 사전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돼야 발표할 수 있는데, 안되다 보니…”라며 “정부가 발표한다고 그게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되기 때문에 지금 못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결국 지역의 책임을 가진 정당들이 서로 타협을 하고 합의를 하며 논의의 물꼬를 트면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비수도권이 역차별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중도일보의 물음에 박 회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한 대출제도를 언급한) 한국은행 총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부동산 규제 정책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값이 오르는 건 고소득층 내지 엘리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과 강남으로 몰리기 때문”이라며 “지방의 부동산은 폭등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 경기가 엄청나게 가라앉고 있는데…. 일률적인 정책을 하니까 실효성이 없다.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의사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이 29일 서울 광화문빌딩 협의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국가균형발전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는 대한민국 ‘강남 엘리트’를 지목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의 근원적인 문제가 수도권 일극체제, 정확히 얘기하면 강남 일극주의라고 생각한다”며 “엘리트의 80%가 강남에 살거나 강남에서 자녀 교육을 하거나, 강남에 직장이 있다. 이건 틀림없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세계에서 보면 지방의 문제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과 권한을 내놓는 걸 굉장히 어렵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분들이 대부분 강남 감각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문제를 피상적으로는 이해해도 실제 정책이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윤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은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통령이 추동해도 결과는 굉장히 큰 집을 지으려고 했다가 나오는 건 오두막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부분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정책이라는 게 깎이고 마모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이런 문제의식이 공유되는 폭이 좀 넓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간극을 결국은 정치를 통해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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