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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지역 소주시장 공략 본격화… 지역 일각선 "상징물마저 뺏겼다" 씁쓸

대전의 랜드마크 '한빛탑' 마케팅 활용까지

김흥수 기자

김흥수 기자

  • 승인 2025-11-04 16:51

신문게재 2025-11-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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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대전의 랜드마크인 '한빛탑'을 참이슬 홍보포스터에 활용하며 지역을 겨냥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사진은 대전의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홍보포스터. /김흥수 기자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지역 주류시장을 잠식해 온 대기업 소주 업체들이 대전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면서 지역 내에서 씁쓸함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지역 상징물인 '한빛탑'을 광고 이미지로 사용하자 일각에서는 "상징물마저 빼앗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소주 업계에 따르면, 오랜 기간 국민 술로 사랑받아온 소주는 최근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회식 문화 변화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수도권 대형 주류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로 지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 홍보 포스터 중앙에 대전의 상징물인 한빛탑을 배치하고 '대전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NO.1 참이슬'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지역 명칭과 상징물을 활용한 이 광고는 친근감을 내세운 지역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역 소주 업계는 "지방 소주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려는 수도권 대기업의 노골적 행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양대 대기업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59.7%, 롯데칠성음료 17.9%로 이들 기업이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맥주와 막걸리·와인 등 낮은 도수 주류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까지 겹치면서 지역 소주 제조사들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실제 2000년대 8곳이던 지역 소주 제조사는 현재 6곳으로 감소했다. 전북의 보배는 2013년 하이트진로에 통합됐고, 충북의 충북소주는 2021년 롯데칠성음료에 인수됐다. 현재 남은 제조사는 대전·충남의 선양(대표 브랜드 선양린), 대구·경북 금복주(참소주), 광주·전남 보해양조(잎새주), 부산 대선주조(대선), 경남 무학(좋은데이), 제주 한라산소주(한라산) 등이다.

대기업의 지방 공략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도매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 8개 권역 주류도매업협회는 최근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기업의 물량 공세가 지역 주류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담배나 택시처럼 일정 수준의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 소주 제조사 6곳 역시 협회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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