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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송익준 기자

송익준 기자

  • 승인 2025-12-07 16:42
김규용
김규용 교수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성심당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은 어떤 도시인가?" 과학도시, 연구도시, 교육도시….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성심당을 체감하는 것처럼, 과학과 연구와 대학을 '체감'하며 살고 있는가? 줄을 서서 빵을 사고, 가족과 나누고, 여행객이 일부러 찾아올 만큼 성심당은 대전이라는 도시를 '경험하게 만드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다면 대전의 과학·연구·교육이라는 이름은 과연 우리 일상 속에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도시의 브랜드가 되었을까.

지역의 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체험으로 만들어진다. 성심당이 대전을 '맛의 도시'로 체감하게 만들듯, 과학도시·연구도시라는 정체성 역시 시민의 삶 속에서 보이고, 쓰이고, 일자리와 문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짜 지역의 브랜드가 된다.



사실 대전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었다. 조선 후기 『택리지』에는 지금의 대전 일대가 지리적으로 가장 살기 좋은 곳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산과 평지가 어우러지고, 물이 풍부하며, 기후가 온화한 곳. 실제로 대전은 갑천·유등천·대전천이라는 세 개의 하천, 계룡산과 식장산의 산줄기, 그리고 온천 자원까지 갖춘 치유의 땅이었다.

근대의 대전은 철도와 함께 태어난 도시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이고 대전역이 생기며,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중심으로 대전의 도시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에 더해 대전은 오랫동안 유교 문화와 학문의 전통이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 모든 바탕 위에서 대전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연구의 도시로 성장해 왔다.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 조성 이후 대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과학도시가 되었고, 충남대학교와 KAIST를 비롯한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되며 국가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함께 존재해 왔다.



학생은 많지만 졸업하면 떠나는 도시,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유학생은 많지만, 정작 시민이 체감하는 '국제도시의 모습'은 뚜렷하지 않은 도시라는 현실이다. 연구는 국가를 위해 작동했지만, 시민의 일상과 지역 산업, 청년의 정착으로까지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 전환점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RISE 체계다. RISE는 "대학이 지역과 손잡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도록 돕는 제도"이다. 대학을 더 이상 '학생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지역 문제 해결, 산업 창출, 청년 정착, 국제 교류, 문화 확산의 중심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RISE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학생은 많지만 졸업하면 떠나는 도시"라는 구조다. 대학에서 배우고, 지역 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하고, 창업하고, 다시 대전에 정착하는 청년 성장의 완결 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활력을 되찾고, 도시의 브랜드도 함께 살아난다.



또한, 연구도시를 넘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도시'로의 전환이다. 대전은 연구 성과는 많지만, 그것이 지역 산업과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아직 넓지 않다. RISE는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이 기업으로, 산업으로, 지역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연결 장치다. 그렇게 될 때 대전은 더 이상 "연구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기술이 생활과 경제로 이어지는 도시"로 다시 불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대전은 이름뿐인 국제도시가 아니라, 체감되는 국제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대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와 유학생이 모여 있다. 이제는 이들이 연구실 안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창업하고, 시민과 어울려 살아가는 '대전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RISE는 바로 이 국제 인재들이 대전에 정착할 수 있는 글로벌 생활·산업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대전은 또한 RISE를 통해 스마트시티, 탄소중립, 로봇, 바이오, 우주산업 같은 미래 기술이 시민의 삶 속에서 먼저 실험되는 도시로 변할 수 있다. 여기에 소제동 같은 역사 공간, 대학 캠퍼스, 하천과 온천 자원, 문화와 청년 활동이 연결된다면 대전은 기술·역사·문화·치유·글로벌이 함께 어우러진 '살기 좋은 도시'로 다시 그려질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분명해졌다. RISE지원사업으로 "대학에 얼마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RISE를 통해 대전이 어떤 도시로 바뀌느냐"다. 성심당이 대전을 '체감되는 브랜드'로 만든 것처럼, 대전의 과학과 연구, 대학과 기술도 시민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감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청년이 머물고, 기술이 산업이 되고, 세계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섞여 살아가는 도시로 대학과 시민, 그리고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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