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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아파트의 수명은 대략 30~40년, 10년쯤되면 문제가 하나 둘씩 생기다가 20~30년쯤 지나면 건물에 균열이 가고 배수관이 낡아 물이 새는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분당, 일산, 평촌등 1기 신도시의 수명이 대략 30년쯤 되었으니 많은 문제가 발생할 시점이 된 것이다. 필자도 1기 신도시에 살면서 보일러 배관에 문제가 생겨 한밤중에 아래층의 호출을 받아 달려간 적도 수차례 있고 수압이 낮아져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별도의 모터를 설치하여 근근이 버티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10년 전 일이니 상황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낡은 건물들을 방치하면 도시는 쇠퇴한다. 서둘러 방안을 만들어 대처하지 않으면 곧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한다. 1990년대까지 대구역의 동성로 주변은 그야말로 불야성 이었다. 요즘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 주변같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쇠퇴를 거듭하다 이제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였다. 주변은 활력을 잃었고 임대가 안되어 속이 텅빈 낡은 건물이 즐비하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죽어가는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 재건축/재개발이다.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 상황은 크게 변한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과 돈이 몰려들어 도시는 마법처럼 활력을 되찾는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데 있다. 이해 관계자가 워낙 많고 각자의 입장과 처지가 다르며, 특히 이를 통해 한 몫 잡으려는 심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사업의 성패여부는 사업성에 달려 있다.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펄펄 끓는 욕구를 충족할 정도의 사업성이 있으면 사업이 잘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표류하거나 실패한다.
강남/서초의 낡은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리나라의 주요 건설사가 달려든건 서울의 요지라는 것 외에 5~14층의 비교적 낮은 층수로 구성되어 수익을 창출 할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당, 일산, 평촌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지지부진 한건 이들 지역이 서울의 외각에 위치해 있다는 것 외에 이미 20~30층의 고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익 창출 여지가 좁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도시들의 수많은 고층아파트 단지의 운명은 어찌 될까. 사업성이 있으면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재탄생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 할 가능성이 크다.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는 재개발/재건축은 딱 한번 가능한 마법이다. 낡은 저층아파트를 헐고 40~50층의 초고층아파트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마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다음 세대에 커다란 부담을 지울 것이다. 얼마전 도시계획위원의 자격으로 4~5층짜리 아주 낡은 연립주택의 재건축사업을 재심의 한적이 있었다. 20년전에 12층의 아파트로 재건축 인가를 받았으나 사업성이 부족하여 표류하였던 사업이었다. 논란 끝에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층수를 30층으로 대폭 상향하여 통과되었다. 하지만 사업추진에 몇 년이 더 걸릴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연립주택단지는 쓰러질 정도로 허물어졌다. 빈집도 수두록 하다. 대도시의 빈 아파트는 요즘 문제가 되는 지방의 빈집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자칫하면 지역 전체에 거대한 슬럼화를 가져온다. 이것은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의 수 많은 초고층 아파트단지들이 가까운 장래에 직면 할 문제이다.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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