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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신달자문학관' 논란의 본질은 '이름'이다

9년간 3번 바뀐 건물, 공공공간인데 왜 특정인 이름 붙였나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 승인 2025-12-11 14:12
[거창군] 청사사진
거창군청 전경<제공=거창군>
경남 거창군이 9년간 세 차례 용도가 바뀐 건물을 '신달자문학관'으로 개관했다.

특혜 논란이 재점화됐지만 군의 해명은 정작 핵심을 비껴갔다.



군은 "개인 집필·거주공간을 없애고 공공기능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2016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공시설이라면서도 특정 개인 이름을 시설명으로 사용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 건물은 2016년 출향문인 집필공간으로 시작했다.

지역예술인들의 반발로 '거창예술인의 집'이 됐다.

운영실적이 미미해 2020년 청년농창업지원센터로 바뀌었다.



올해 다시 문학관으로 돌아온 것.

군은 2016년 당시 개인공간 운영을 반대했던 문화예술단체장들이 2024년 1월 오히려 문학관 건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례 제정 과정의 입법예고에서도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공감대가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체장 중심 제한적 의견수렴만으로 군민 전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7년 군의회는 "당초 목적대로 활용 안 되면 매각 검토하라"고 지적했다.

2018년 남하면 주민들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이 건물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다.

군은 공주 나태주문학관·옥천 정지용문학관 등 타 지역 사례를 들었다.

신달자 시인의 전국적 인지도를 활용해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거창문학관'이나 '거창남부문학관'이 아닌 '신달자문학관'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공공공간으로 전환했다는 것은 특정 개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정작 시설명은 특정 개인 이름을 사용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실질적 공감대 형성은 별개 문제다.

조례 제정 과정에 반대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침묵이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9년간 세 차례 용도가 바뀐 이 건물의 여정은 명확한 비전 없이 용도만 바꿔온 행정 일관성 부족을 드러낸다.

국비 5억 원을 투입한 만큼 이번에도 실패하면 네 번째 정체성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문학관 개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역 문인과 주민들이 실제로 찾고 활용하는 공간이 되지 못한다면 이 건물은 또다시 '활용 저조'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다.
거창=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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