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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D 없는 세종 실외 체육시설... 시민 안전 손놨나

수질복원센터 A테니스장 내 한대도 설치 안돼
200m 거리 사무실에만 있어 "골든타임 놓칠라"
시, 안전불감증 심각… 국비 등 예산 확대 시급

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 승인 2025-12-11 16:11

신문게재 2025-1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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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세종시 수질복원센터 A테니스장에서 시민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운동하다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아찔합니다. 겨울철에 테니스 치는 고령 회원들도 많은데, 실외 운동시설에 자동심장충격기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11일 세종시 가람동에 위치한 수질복원센터 A테니스장 회원 B 씨는 외부 테니스코트에 자동심장충격기(AED) 설치가 안된 현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수질복원센터 A테니스장은 지자체 소유 체육시설로, 9면의 인조잔디 테니스 코트가 설치돼 있다. 일반 시민 외에도 3~4개의 테니스클럽이 활동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문제는 신체활동을 하는 야외 체육시설에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구조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데 있다. 현재 수질복원센터 사무실 내엔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지만, 테니스코트와 200m 이상 거리가 있는데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응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게 B 씨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졌다. 2024년 7월경 테니스장을 이용하던 50대 남성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19 도착 전까지 주변인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펼쳤지만 끝내 안타까운 사망을 막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40대 여성이 자살 기도를 하며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 씨는 "380명에 달하는 우리 클럽만 해도 테니스코트 3개 면의 사용료로 연간 2000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130만 원 짜리 심장충격기 하나 설치 못 해준다는 게 말이 되나. 빠른 시일 내 설치해 더 큰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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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세종시 수질복원센터 1층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진=이은지 기자
수질복원센터 A테니스장 운영 주체가 민간시설이 아닌 세종시 운영 시설이라는 점도 더욱 비판을 키우고 있다.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가 응급장비도 구비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역 내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는 모두 844대다. 올해엔 고운·다정·아름·어진·해밀동 노인문화센터와 고복야외수영장, 시민체육관, 호수공원 관리센터, 다정동도서관 자료실(3층), 해밀동도서관 자료실(3층), 아름동·북세종 행정복지센터에 총 66대(구비의무기관 27곳·의무기관 외 39곳)가 신규 설치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의2에 따른 자동심장충격기 응급장비 구비의무 기관은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대에서 운용 중인 구급차, 공항, 철도차량 중 객차, 20t 이상 선박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등으로 제한된다. 이 중 체육시설은 관람석 수가 5000석 이상인 운동장 및 종합운동장으로 명시돼 규모가 작은 체육시설은 설치 의무가 없다.

세종시의 구비의무기관 외 AED 설치대수는 475곳으로, 369대가 설치된 구비의무기관보다 훨씬 많은 상황으로, 시는 설치 신고가 들어오면 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매달 점검을 펼치고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턱없이 부족한 설치 예산은 체육시설 안전장비 부실을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에서 지원하는 AED 설치 예산은 국비 50%를 포함해 2000만 원에 그친다. 기계와 보관함 등을 설치하면 대당 200만 원 내외가 들어 연간 10대 정도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종시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올해 6월 각 부서로 설치 수요조사를 한 뒤 우선순위를 고려해 11월에 추가 설치를 마쳤다"며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응급장비 설치 확대를 위해선 국비 지원 등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앞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민이 더욱 안심할 수 있는 세종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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